일본 연구팀, 웅덩이 물 한 컵으로 주변 서식동물 파악 기술 개발

침·피부파편 등 환경DNA 분석, 자동카메라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


숲속 웅덩이에 고인 한 컵 분량의 물을 분석하는 것 만으로 그 숲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종류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일본 지바(千葉)현립 중앙박물관과 도쿄(東京)농업대학 연구팀은 야생동물이 숲 속 웅덩이의 물을 마실 때 흘리는 침과 떨어진 피부파편 등 이른바 "환경 DNA"를 분석해 현지 서식동물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용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NHK가 14일 보도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여러 가지 야생동물이 넓은 열대림 속 어디에 있는지 간단히 파악할 수 있어 멸종위기 동물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바 중앙박물관 연구팀은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는 포유류 660여 종의 DNA 정보를 토대로 한 컵 분량의 숲 속 웅덩이 물에 어떤 동물의 DNA가 포함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용액을 개발했다.

이 용액을 이용해 도쿄농대의 마쓰바야시 히사시 교수팀과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의 웅덩이 물을 분석해 오랑우탄과 아시아 코끼리 등 멸종위기동물 6종의 D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6종 모두 현장에 설치된 자동카메라에 사진이 찍힌 것으로 나타나 정확도가 높은 사실이 확인됐다.

열대우림은 개발과 밀렵으로 서식동물의 40%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해당 동물의 서식장소는 자동촬영 카메라로도 포착이 어려워 손쉽고 간단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본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동남아시아 등지의 야생동물 보호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바 현립 중앙박물관의 미야 마사키 부장은 "이 기술이 동물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에 자동카메라를 설치하고 야생동물 서식실태를 오랫동안 조사해온 마쓰바야시 도쿄농대 교수는 자동카메라 조사에는 여러 달이 걸리는 데다 촬영한 영상에서 특정 동물을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간 체재하면서 조사를 할 수 없는 장소도 많다.

이에 비해 지바 현립 중앙박물관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조사한 웅덩이 물에서는 불과 2~3일 만에 오랑우탄, 아시아 코끼리, 천산갑, 삼바(samba), 멧돼지 등 멸종위기 동물 6종의 DNA가 검출됐다.

검출결과는 여러 달에 걸쳐 자동촬영 카메라로 확인한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마쓰바야시 교수는 "물 한 컵으로 웅덩이를 찾아오는 야생동물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정확하게 검출돼 놀랐다"면서 "동물 보호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쓰바야시 교수 연구팀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은 물론 남미 등에서도 현지 대학이나 행정기관과 협력해 야생동물 실태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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