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자리 잡은 백정현 "다음 목표는 이닝 이터"

구원으로 출발해 선발진 진입…"하루하루가 즐겁다"


'선발 투수'의 꿈을 이루니 '이닝 이터'의 목표가 보인다.

6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삼성 라이온즈 좌완 선발 백정현(30)은 "나를 선발 투수로 쓰는 건, 팀으로서는 큰 모험"이라며 "그 모험이 성공하려면 내가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2007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입단한 백정현은 140㎞ 중후반까지 나오는 빠른 공으로 주목받았다.

2012년부터는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진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선발로 고정되는 건 시범경기까지였다.

지난해까지 백정현은 10차례만 선발 등판했고, 2승 1패 평균자책점 7.10으로 부진했다.

다른 선발 투수의 부상 등 악재가 터질 때 나서는 임시 선발이라 등판 준비도 쉽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백정현은 올 시즌도 구원투수로 시작했지만, 5월 12일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선발로 등판했고 이후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백정현은 4차례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4.42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김한수 감독은 "백정현은 선발"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윤성환, 우규민 선배께 조언을 구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중간 계투일 때는 공을 많이 던지면 근육이 뭉치곤 했는데 지금은 공을 많이 던져도 몸이 편안하다. 몸이 선발로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선발로 전환하면서 볼 배합도 달라졌다.

그리고 자신감이 더 생겼다.

백정현은 "짧은 이닝을 소화할 때는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만 던져도 충분했다. 지금은 체인지업, 커브도 던진다"며 "변화구를 자주 던지니, 그만큼 변화구 구위도 살아나는 것 같다. 변화구 구사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관건은 '체력'이다.

백정현은 지난해 68⅔이닝을 던졌다.

개인 통산 최다 이닝이다.

그는 "지금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면 100이닝 이상을 던져야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져야 하는 목표는 '이닝 이터'"라며 "나도 100이닝 이상을 던져본 적이 없으니 시즌 막판에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체력에는 자신 있다. 시즌 중에도 체력 관리에 신경 쓴다"고 했다.

선발로 전환한 백정현을 응원하는 사람은 많다.

지난해까지 같은 팀에서 뛴 동갑내기 차우찬(LG 트윈스)은 '백정현의 1호 팬'이다.

백정현은 "이젠 다른 팀에서 뛰지만 지금도 우찬이와 자주 통화한다. 우찬이가 응원도, 조언도 해준다"고 전했다.

백정현은 과묵하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목표인 '선발 진입'에 성공하니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는 "선발 등판을 준비하는 것도,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즐겁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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