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인의 기업 투자 합법화…기업소법 개정 확인


북한이 '돈주'(신흥부유층) 등 개인의 기업 투자를 합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북한의 기업소법(2014년 11월 개정)을 보면, 제38조에서 "기업소는 정해진 데 따라 부족되는 경영활동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부받거나 주민유휴화폐자금을 동원·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하기 전인 2010년 11월 개정 당시의 기업소법에는 없던 내용이다.

개인의 여유자금을 의미하는 '주민유휴화폐자금'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계획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시장화가 확산하면서 신흥 부유층인 '돈주'가 등장하는 등 개인 소유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암묵적으로 유통되던 돈주의 자금을 법 개정을 통해 양성화해 기업 활동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법 시행 후 개인들이 여유 자금을 기업소에 '투자'하는 규모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돈주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이 돈주의 투자를 합법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은 다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개정 기업소법은 또한 공장과 기업, 상점 등의 '기업소'에 자율경영권을 부여하고, 이에 필요한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제54조는 '내각은 기업이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경영권을 바로 행사해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구현한 규정, 세칙들을 제때에 작성, 시달하며 필요한 조건을 충분히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에 실질적인 자율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리 식 경제관리 방법을 구현한 규정·세칙들을 제때에 작성·시달하라'는 대목이 있어 여전히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경영원칙을 담은 제4조와 기업소의 경영권행사를 규정한 제29조에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라는 단어가 새로 추가됐는데, 이는 기업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 기업소법은 아울러 생산조직권, 노력조절권, 제품개발권, 품질관리권, 인재관리권, 합영·합작권, 재정관리권, 가격제정권과 판매권 등 실제 기업 경영에 필요한 권한을 구체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교수는 "북한의 개정 기업소법에는 경제개혁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춰 북한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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