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시민 영웅…4억대 사기 범행 가담하다 덜미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와 의인으로 추앙받던 사람이 사기꾼으로 전락했습니다.

1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라고 속이고 피해자에게 4억 2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최근 검거된 일당 4명 중에 한 때 '시민영웅' A(45) 씨가 끼어 있었습니다.

A 씨는 '상시 인출 가능권자' 행세를 하며 지난해 11월부터 거의 매일 같이 피해자를 만나 "돈을 불려주겠다"고 꼬드기며 등산, 여행, 식사, 술자리 등으로 피해자의 환심을 산 끝에 올해 1월 마침내 돈을 받아냈습니다.

A 씨는 피해자가 건넨 돈에서 1천만원을 배분받아 생활비로 쓰다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4월 3일 붙잡혔습니다.

사건 피해자는 "A 씨 주변에 다른 피해자들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며 "수소문해보니 생활이 힘들어진 사람이 2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 당시 근처를 지나가다가 한 시민이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자 자신의 속옷을 벗어 상처 부위 근처를 지혈한 공로로 표창장을 받은 '모범 시민'이었습니다.

당시 한 원내정당 위원회 임원으로 활동하던 A 씨는, 범인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며 여의도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지만 달아나지 않고 침착하게 다친 이를 돌봤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았고, 이미 이런 사실을 알았던 피해자는 혹시나 조사 과정에서 A 씨에게 유리하게 참작될까 봐 굳이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전과가 있기는 하지만, 사기범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은 뜯어낸 4억2천만 원 중 3억 원을 돈을 불려준다는 또 다른 사기꾼에게 넘겼다가 날린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는 주범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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