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파족? 욜로족? 한 번쯤은 들어보셨죠? 요즘 청년들을 부르는 용어들입니다. 소비행태에 따른 분류입니다. 전혀 다른 소비행태를 보이는 두 집단이지만, 비슷한 점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Q. 코스파족은 뭐야?
A. ‘cost-performance'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말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단입니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양을 사는 소비 행태를 선호하는 사람들입니다. 음료수를 하나 사도 1+1를 찾고, 과자를 하나 사도 업소용이나 대용량 과자 즉 벌크과자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Q. 그럼 욜로족은?
A.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앞글자만 따면 ‘YOLO'죠. ‘당신의 인생은 단 한 번이다’정도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기자’는 인식과 연결됩니다. 그러다 보니 율로족은 여윳돈이 생기면 해외여행을 가서 즐기고, 취미 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행태를 보이는 집단입니다.
Q. 완전 다른 소비행태네?
A. 네, 겉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공통점도 있습니다. ‘선택’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얼핏 보면 코스파족이 궁상맞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한 코파족은 “인간 사료는 (먹는 즐거움 보다는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선택되는 싸고 양 많은 음식을 빗댄 표현) ‘결핍’보다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며 “이 비용을 줄여서 다른 데 쓰겠다는 목적 의식에서 나오는 소비행태”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좋은 상품을 사겠지만, 그렇다고 싸고 양 많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행태에 대해서 ‘자기비하’나 부정적인 인식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욜로족도 자신들의 소비 행태가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즐거움을 찾는 각자의 방식이라는 거죠.
욜로족의 소비행태가 ‘과소비’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욜로족은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현재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욜로족이나 코스파족 모두 ‘선택’이라는 측면에서는 똑같습니다.
Q. 이런 소비행태는 왜 생기는 걸까?
A. 장기 경기 불황, 현재 지향형. 이 두 단어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사태라 불리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습니다. 경제는 거의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경기가 다소 회복되나 싶었지만이번엔 미국 발 경제위기인 리먼 사태가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우리 경제 회복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던 중국의 경제성장도 주춤해졌습니다. 우리 경제는 다시 침체기에 들어갔습니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가계 소득은 물가상승률만큼 오르기도 버거웠습니다.
그런데 집값은 계속 오르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됐습니다. 양극화가 극심해진 겁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장기 경기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의 삶이 더 고단합니다. 높은 실업률, 통장에 쌓여 있는 학자금 대출, 연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빡빡한 생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전셋값, 육아 비용. 연애도 결혼도 어려운 청년들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청년들에겐 자연스럽게 ‘현재’가 가장 중요해집니다. 현재 내가 싸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상품에 집중하게 됩니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들에 아끼지 않고 소비합니다. 그래서 둘 다 저축은 안 합니다. 욜로족, 코스파족이란 어쩌면 미래를 준비하기 힘든 요즘 청년들의 현실적인 선택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