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6살짜리 여자아이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이 결국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호주 ABC 방송 등 현지 언론은 74살 남성 그레고리 케이스 데이비스가 지난 1984년 당시 6살이던 카일리 메이버리 양을 살해한 혐의를 현지 시간으로 어제(29일)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41살에 전과도 없었던 평범한 남성이었던 데이비스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피해자 메이버리 양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 당시 멜버른에 살던 메이버리 양은 엄마와 함께 이웃집을 방문한 뒤 이웃집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약 150ｍ 떨어진 가게로 설탕을 사러 나간 뒤 실종됐습니다.
메이버리 양은 실종된 지 약 7시간 뒤 집에서 1㎞ 떨어진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데이비스는 메이버리 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고 사건 발생 이틀 뒤에 용의선상에 올라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현지 경찰은 신고 포상금으로 100만 호주 달러, 우리돈 8억4천만 원를 내걸었지만 범인을 찾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미제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은 11년 뒤인 1995년 경찰이 숨진 메이버리 양의 옷에서 DNA 조합을 찾아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경찰은 DNA 분석 결과 과거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갔던 데이비스의 DNA라는 것을 확인하고 끈질긴 추가 수사 끝에 결국 혐의를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뒤늦게 범인을 찾았지만 3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숨진 메이버리 양의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도 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메이버리 양의 어머니는 데이비스가 범행을 인정한 뒤 눈물을 쏟아내며 "어둠은 끝났다. 가족들이 30년 이상 고통을 겪던 지옥에서 마침내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호주 공영 ABC 방송, 9뉴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