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큰 화제를 불러 왔던 인공지능 '알파고'가 오늘(23일)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마저 가볍게 물리쳤습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다섯 번 대국 가운데 한번 승리했었죠. 1년 2개월 사이 알파고는 더욱 강해져서 이제는 결점 찾기가 어렵다는 평입니다.
중국 우전에서 정성엽 특파원입니다.
<기사 내용>
흑돌로 선착한 커제 9단은 알파고가 즐겨두던 귀퉁이 3-3점을 선점하며 초반 공세를 펴나갔습니다.
진화한 알파고는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채 1분도 고민하지 않고 거침없이 돌을 놓자 커제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알파고는 인간 바둑에서는 볼 수 없는 창의력까지 과시하며 중반 이후 어느 순간 승세를 굳혔습니다.
[김성용 9단 : (알파고의) 84번째 수의 이 침입이 기존의 인간이 두던 침입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부턴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할까요.]
커제는 제한시간 3시간을 거의 다 쓰며 289수까지 끌고 갔지만, 알파고를 넘지는 못했습니다.
결과는 1집 반 차이었지만 내용은 완패였습니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에게 4대1로 이긴 뒤에도 온라인 고수들에게 60연승을 거뒀습니다.
성장을 거듭한 알파고에 중국 바둑의 자존심은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커제 9단 : 이세돌과의 경기에서는 알파고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지금 둔 바둑은 점점 '바둑의 신' 같았습니다.]
알파고를 만든 개발사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에도 끊임없이 약점을 보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 (이세돌 대국 후) 지난해 우리는 알파고 시스템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스스로 배우고 경험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앞으로 두 차례 더 대국이 남아있지만, 인간과 알파고 대결의 승패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앞으로 알파고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그 한계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국진, 영상편집 : 장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