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에서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직접 "변호인과 입장이 같다"며 18개 혐의를 전부 부인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오늘(23일)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서 "검찰 공소장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어떻게 공모해서 삼성에서 돈을 받았는지 설명이 빠져 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검찰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을 '경제 공동체'로 보고 최 씨가 뇌물을 받은 것까지 박 전 대통령에게 혐의를 적용했으면서, 구체적인 모의 과정과 범행 과정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는 주장입니다.
또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 강요 혐의도 "대통령 지시로 재단이 설립됐다는 기본 전제가 틀렸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해서 안종범 전 수석이 전경련을 통해 기금을 모금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은 재단 설립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검찰은 재단 출연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적용하면서, 대기업들이 출연을 안 하면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하지만 어떤 경위로 어떻게 협박과 폭행을 해서 출연하게 했다는 건지 나와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SK, 롯데그룹 측에 뇌물을 요구한 혐의도 "SK나 롯데 측에서 어떤 부정 청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과 관련해서도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떤 것도 보고받은 적이 없고, 지원 배제 시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설사 좌편향 단체에 대해 어떤 말씀이 있다 쳐도 그 말 한마디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 살인범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성토했습니다.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 대한 사직 강요, 현대자동차나 포스코 등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등도 모두 부인했습니다.
CJ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게 'CJ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이 부회장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시켜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 씨에게 유출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최 씨에게 연설문 표현 문구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은 있지만, 인사 자료 등을 최 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모두 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부인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재판장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지만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모두 진술 절차를 끝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