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소 압박 높아지나…민간기업 파장 촉각


새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민간 대기업들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앞으로 이 같은 기류가 민간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새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을 직접 지원하고, 도급과 파견 기준을 마련해 대기업의 불법파견을 근절시킬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기업에는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재계는 정부의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비정규직을 획일적으로 정규직화할 경우 임금 상승, 고용시장 경직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 여러 형태의 비정규직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마녀 사냥'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내부 보고서 '비정규직(기간제) 현안 이슈와 과제'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법률용어가 아니라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임, 파견직 등을 통칭하는 조어(造語)다.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정규직이라면 그 외 고용형태는 모두 비정규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범위가 상당히 넓고 모호하기 때문에 기업과 외부 시각의 간격이 클 수 있다.

실제로 대기업 내 사내 도급 근로자에 대한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일부 노동계는 이 근로자가 대기업의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해당 기업과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다.

이 근로자는 대기업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공시 기준에 따른 각 사의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크게 높지 않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0.7%(이하 2017년 3월 기준), SK하이닉스는 0.4%, LG디스플레이는 0.5%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3.4%), 삼성중공업(3.8%) 등도 비정규직의 비중이 5%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2016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중 32.0%와 비교하면 훨씬 낮다.

대기업의 고민은 엄격한 의미의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사회 통념상 더 넓은 개념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까지 책임질 상황이 닥치지 않을까 하는 데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의 경우 마트 근로자나 아르바이트생 등과 달리 고액연봉자가 많은 편"이라며 "이 같은 협력업체의 정규직 직원까지 비정규직 범주에 포함해 정규직화를 밀어붙이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방향은 옳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이를 추진할 경우 국내 일자리 해외 유출, 투자 감소,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의 범위를 '대기업과 계약 관계인 기간제 근로자'로 좁혀 놓고 보더라도 지나친 정규직화는 결국 부메랑이 돼 기업에 여러 가지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총은 '비정규직(기간제) 현안 이슈와 과제' 보고서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되, 사용기간(근로 계약 기간)은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단순한 사용기간 연장은 고용시장을 경직화해 오히려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고용형태·생산방식이 다양화하는 만큼 비정규직을 무조건 '없어져야 할 일자리'로 인식하는 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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