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면하는 방법'…미국서 트럼프 파면 논의 다시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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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비밀은, 권력은 부패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다. 진짜 비밀은 권력은 (평가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생 공적 의무도 없고, 눈치 봐야 할 이사회도 없는 가족 기업을 경영하다가 대통령이 되면서 갑작스레 이런 '평가'에 노출되자 불같이 화를 내는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는 비판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박탈할 힘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라고 미국의 월간 뉴요커가 8일(현지 시간) 최신호에서 정치인, 법학자, 정치학자 등의 말을 빌려 전했습니다.

제임스 피프너 조지메이슨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를 탄핵하는 방법'이란 이 기사에서 임기 중 탄핵 위기를 겪은 닉슨, 레이건, 클린턴 전 대통령들의 위기 대응에서 공통점은 "위험스러운 종류의 확신" 곧 자신마저 속이는 합리화로, "내가 잘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닉슨은 자신의 정적들도 자신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했고, 레이건은 의회와 국민의 반대를 피해 몰래 인질 석방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것은 이란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비용이었을 뿐이라고 여겼습니다.

클린턴은 교묘한 자신의 증언이 기술적으론 거짓말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합리화의 심리로 인해 이들은 사건 초기에 잘못을 시인했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더 큰 손실을 보는 길로 갔다"고 피프너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전격 경질을 계기로, 한동안 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미국 언론들이 다시 왁자지껄합니다.

트럼프가 탄핵 쪽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 "더 큰 논란과 잠재적으론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일련의 사태들이 구르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등의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 중엔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북한 압박용으로 애용한 문구를 활용, 탄핵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고 말한 사람도 있습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원 공화당 선거본부 격인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는 "탄핵을 요구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우리의 대통령을 지키자"며 2018년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막기 위한 선거자금 기부를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뉴스위크는 코미의 해임이 러시아 해킹 연루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만일 특별검사가 임명되는 날이면 탄핵의 길로 들어선 것임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의혹 관련 수사 진행 상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코미를 해임한 것으로 드러나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트럼프의 코미 해임은 닉슨이나 클린턴처럼 뭔가를 감추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이미 주고 있습니다.

뉴요커의 '트럼프를 파면하는 방법'은 트럼프 친구, 보좌관, 탄핵 절차 참여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하 의원, 의사, 역사학자, 정보기관 관계자 등 수십 명과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파면 방법론에 대한 미국사회의 논의를 망라한 것입니다.

결론은 "이변이 없는 한 현 상태론 임기 중 파면 가능성이 멀지만…트럼프에 관한 한 정상적인 것은 없다"입니다.

뉴요커는 "취재원 일부는 대통령직에 대한 각종 법률과 정치제도의 보호망을 트럼프 비판자들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일부는 트럼프 파멸의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그러나 트럼프가 전임자들과 달리 자신이 안고 있는 정치적, 법률적, 개인적 위험을 더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엔 두 부류가 한결같이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반적으론 미국이 대외관계에서 동맹이나 우방들의 정치 불안을 걱정해왔으나, 이제는 미국의 우방들이 가령 대북 정책 등을 두고 미국의 정치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트럼프는 "트럼프 요새"에 틀어박혀 사는 형국이라고 그의 한 보좌관은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묘사했습니다.

반트럼프 시위대가 들끓는 껄끄러운 세계에서 절연된 백악관과 개인 소유 고급휴양지 마라라고만 오가는 폐쇄된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요새엔 "어떤 문제에 대해서건, 어떤 이유에서건 트럼프가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자제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공화당 전략가인 스티브 슈미트는 말했습니다.

특히 달갑지 않은 세상 소식과 절연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뉴요커는 전했습니다.

뉴스맥스 최고경영자로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크리스토퍼 러드는 최근 백악관과 마라라고에서 트럼프와 대화해 보니 트럼프 보좌관 일부는 트럼프를 불쾌하게 만드는 뉴스를 보고하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고도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감을 받았다. '대통령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 대신 말해 줄 수 있느냐'는 부탁도 이미 여러 차례 받았다" 뉴요커는 트럼프의 당면한 위험은 헌법 25조 4항이나 탄핵 절차에 의해 파면되는 게 아니라, 낮은 국민 지지와 불신이 계속될 경우 임기 내내 파행하다 단임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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