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대선 결선투표를 하루 남짓 앞두고 발생한 해킹 이메일 유포의 파급력을 차단하기 위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AP·AFP통신 등은 올랑드 대통령은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과 한 아랍 단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사태에 대응이 없을 수 없다"며 이번 해킹 공격에 대한 강력한 조처를 약속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칭 '이엠리크스'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는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캠프 관계자들 이메일 계정 등을 해킹해 9GB에 달하는 이메일과 문서를 파일 공유 사이트에 유출했습니다.
유출된 자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습니다.
자료 내용은 현 판세를 뒤집을만한 것들이 아니었지만, 프랑스 당국은 이번 사태가 유권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올랑드 대통령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공작이 벌어지고 있어, 우리 대선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만약 어떤 개입이라도 확인되면 개시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수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도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메일 유출 사태의 대처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선관위는 "유출된 자료가 명백하게 마크롱 캠프 정보시스템과 관계자들 메일계정으로부터 나왔다"며, "자료들이 부정하게 획득된 만큼 가짜뉴스가 그 안에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선투표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프랑스 언론과 시민들은 유출된 정보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프랑스 선거법은 현지 시간 그제 자정부터 투표가 마감되는 오늘 오후까지 선거 정국을 동요시킬 수 있는 언론보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 사이버 안보기관들도 이번 해킹을 선거법의 심각한 위반으로 보고 곧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또,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롱 캠프도 선거감독위원회에 국가사이버방첩국이 해킹사건을 수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마크롱의 대항마인 극우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대표 측은 그제 선거운동이 종료된 만큼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르펜 캠프 선대본부장 플로리앙 필리포는 트위터에 "이번 마크롱 해킹사건은 탐사보도가 고의로 매장됐다는 것을 가르쳐주나?"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