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비망록' 증거로 인정되나…김기춘, 특검과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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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을 증거로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법정에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1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속행공판을 열었습니다.

특검은 이날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을 검증해달라고 신청하면서 "비망록 원본을 가져왔는데 증인 신문이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원본과의 동일성, 기재한 형태를 다 같이 검증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비망록을 증거로 사용하겠다고 신청했으나 김 전 실장 측이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문서가 증거로 쓰이는 데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작성자를 증인으로 불러 직접 쓴 것이 맞는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는지 등을 물어보고 조사한 뒤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망록은 작성자인 김 전 수석이 숨져 증인 신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증 절차를 밟겠다는 게 특검의 설명입니다.

반면 김기춘 전 실장의 변호인은 "원본을 복사하는 과정에 이의가 있어서 (증거 사용에) 부동의한 게 아니라 실제로 김 전 실장이 작성한 것인지, 그 내용이 믿을 만한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라며 "감정이 필요할지 의문"이라고 맞받았습니다.

변호인의 주장에 특검은 "김 전 수석의 어머니를 증인으로 신청해야 하나"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켜보던 김 전 실장은 "비망록 마지막 페이지에 보면 김 전 수석이 심경을 기록한 부분이 있는데, 그 이후 어떤 경위로 나를 오해해서 불쾌한 감정을 가졌는지 몰라도 수첩만 보면 피고인(김기춘)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참고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특검은 "김영한 전 수석이 수첩을 썼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 같다"고 꼬집었고, 변호인은 "그렇게 시비를 걸면 끝이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비망록은 김영한 전 수석이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청와대가 연루된 유력한 근거로 여겨집니다.

특검은 비망록 내용이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적은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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