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 여성 유산위험 높다"…방사선·소독제 탓?


간호사와 의사, 방사선 치료사 등 보건의료업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유산 위험도가 다른 직종 여성들에 비해 최대 33%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방사선과 의약품에의 과도한 노출, 직업 스트레스 등을 지목했다.

강모열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2013년 국민건강보험 자료에서 임신이 확인된 44만760건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업 종사자와 비근로 여성, 직장여성, 교육업 종사자로 나눠 임신과 관련된 상대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직업환경 분야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각 그룹의 유산율은 보건의료업 종사자(3만4천918건)가 24.3%로 대조군인 비근로 여성(21만9천767건)의 19.1%, 전체 직장여성(21만576명)의 23%, 교육업종사자(3만6천988명)의 21%보다 높았다.

조기분만율도 12.0%로 대조군(각 10.6%, 11.4%, 11.2%)을 상회했다.

산전검사상 이상소견율(각 1.6%, 1.1%, 1.1%, 1.1%)과 태내 발육지연율(각 1.8%, 1.5%, 1.6%, 1.4%)도 보건의료업 종사자가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보건의료업 종사자의 유산 관련 '상대 위험도'(OR)가 최대 3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기분만과 태내 발육지연, 산전검사상 이상소견 위험도도 각각 14%, 34%, 43%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보건의료업 종사자는 교육업 종사자와의 단독 비교에서도 태내 발육지연과 산전검사상 이상소견 위험도가 각각 30%, 44% 더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보건의료업 종사자들이 근무 중 방사선, 각종 의약품, 소독제 등의 물리화학적 유해인자에 꾸준히 노출될 뿐만 아니라 교대근무와 육체적 과로,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결국 임신 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모열 교수는 "간호사, 의사, 방사선 치료사 등 보건의료업 종사자의 80%가 여성이고, 이들 중 대부분이 가임기 연령대인 만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보다 실질적인 모성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전 국민의 97.2%를 커버하는 국민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해 그동안 막연하게 알려졌던 보건의료업 종사자의 생식 건강 문제를 명확히 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생식건강 문제는 다음 세대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적 보건 이슈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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