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 주최한 게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중고생팀의 작품이 서울대 수업 과제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결국 수상이 취소됐습니다.
수상 학생 3명 중 1명의 아버지인 현직 대학교수가 이번 사건에 직접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6 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를 주최했던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지난해 중고생 기획부문 대상작 '스타라이트'가 지난 2014년 서울대 강의 과제로 제출됐던 게임 '스타더스트'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문제가 확인돼 수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콘텐츠진흥원과 개발자협회는 스타라이트가 표절작인지 여부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직접적 표절 판정은 유보했습니다.
콘텐츠진흥원은 표절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어제 저녁 심의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스타라이트와 스타더스트의 비교 분석을 시행했다며, 독창성 및 창의성 원칙 위배에 따른 재평가로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을 회수키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타라이트를 출품한 청소년 개발팀 '팀이맥'은 지난해 팀원의 아버지인 아주대 A교수가 제공한 스타더스트 파일을 접하고 이 게임의 콘셉트·디자인·플레이 구조 등을 스타라이트 개발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교수는 지난 2014년 1학기 서울대의 정보문화학 전공 수업인 '게임의 이해'에 외부 평가자로 참석했다가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만든 플래시 게임인 스타더스트를 참고 자료로 복사해 갔습니다.
팀이맥은 지난해 12월 '스타라이트'로 대상을 받은 뒤 지난달 말 이 작품을 안드로이드폰용 게임으로 출시하는 비용 150만 원을 마련하고자 인터넷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원작인 스타더스트를 만든 서울대생들이 뒤늦게 스타라이트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인터넷에 지난 2014년 당시 개발 화면 등을 공개하면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팀이맥은 이에 따라 개발비 펀딩 시도를 중단하고 모금액을 환불했습니다.
게임 연구자인 A교수는 지난 2015년부터 본인의 아들들이 참여한 팀이맥을 지도해 게임 개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는 스타라이트의 기획과 개발비 모금 과정에 관여했고 수상작 표절 여부를 따졌던 11일 심의 회의에도 직접 참석해 경위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교수는 이번 수상 취소와 관련해 결정을 존중하고 관련 추가 요청에도 충실히 따르겠다며 다만 고의로 표절을 하거나 악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A교수는 또 지난해 경시 대회는 아이들이 스스로 창작한 결과를 제출하는 행사로 생각해, 본인이 논문 교정하듯 내용을 꼼꼼히 보지 못했다며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것은 본인의 잘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디게임은 개인이나 소형 개발사가 만드는 비주류 게임으로, 창의성·예술성·공익성을 강조하는 특성 덕에 사회 각계의 관심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스타라이트는 마음의 병으로 온몸이 검어진 소녀를 구하는 모험을 담은 작품으로, 청소년 우울 문제를 참신하게 조명한 점이 호평을 받아 수상이 결정됐습니다.
교육계에 따르면 유명 게임 경진대회 수상 경력은 후일 대입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창의성 등을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어, 영향력이 적지 않은 '입시 스펙'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