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법안에도 핵 옵션 도미노?…美 언론 "상원은 죽었다"

4년 전 민주당 극약처방 '부메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인준을 위해 공화당이 '핵 옵션'(nuclear option)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6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결하는 의결정족수를 현행 '60석 이상'에서 '단순 과반'(51석 이상)으로 낮추는 이른바 '핵 옵션' 안건을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핵 옵션 도입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에 나서더라도 현 공화당 의석(52석)만으로도 토론을 종결하고 인준안 단독처리가 가능해졌다.

고서치 후보자 인준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동력을 이어가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핵 옵션이라는 이름처럼 후폭풍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NBC방송은 "종말적인 이름에 걸맞은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하는 토론 종결제도는 1917년 도입됐다.

당시 재적의원 3분의2(66석) 기준에서 1975년 5분의 3(60석)으로 완화됐다.

단순 과반(51석)으로 다시 완화하려는 유혹은 꾸준히 이어졌다.

2003년 조지 W.부시 행정부 당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였던 트렌트 토트는 '핵전쟁'처럼 최후의 상황에 비유하며 핵 옵션이라고 표현했다.

핵 옵션이 현실화한 것은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워싱턴D.C.연방항소법원 판사 지명자들에 대해 공화당이 반대하자, 다수당인 민주당 해리 리드 원내대표는 전격적으로 단순 과반 기준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의 4년전 핵옵션 카드가 이번에는 '고서치 인준 표결'을 계기로 부메랑으로 작용한 셈이다.

해리 리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4년 전의 선택을 후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NBC방송은 덧붙였다.

다수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헌법적 가치에는 부합할 수 있지만, 초당적인 협력을 추구해온 상원 전통은 사실상 무너졌다고 미 언론들은 일제히 지적했다.

당파적 성향의 하원과 달리, 토론과 협치의 가치를 앞세운 상원의 기능은 멈춰 섰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RIP(Rest In Peace·고이 잠드소서) 상원, 1789~2017'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려했던 대로, 워싱턴 정가의 희망은 깨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갈수록 양극화하는 미국 정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당장 코너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쟁점 입법을 처리하는데에도 핵 옵션을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수전 콜린스(공화·메인) 상원의원은 일반안건에는 핵 옵션을 사용하면 안 된다며 동료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나섰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서명에 동참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해리 리드 이후로 우리는 이미 그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대법관 인준 표결을 시작으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핵 옵션을 다시 적용할 의사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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