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리포트+] '세계 최장' 노동시간 대한민국…'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7일 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4시간 넘게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앞서 여야는 지난 20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자는 데는 공감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등 주말까지 주 7일을 근로일로 법에서 명시해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요 항목들에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300인 이하 사업장에 8시간 특별연장근로 4년간 허용, 휴일근로 할증률 50% 혹은 100% 적용, 탄력근로제 확대 등 쟁점에서 각 당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겁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환노위 고용노동 법안심사소위위원장인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대선 전 소위 개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올해 안에 합의하기로 결의했다"면서 여지를 남겼습니다.

■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 실태

정치권에서는 이미 2013년부터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연장근로를 부추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일근로는 주당 연장 근로시간에서 제외한다는 행정해석이 적용돼 사실상 68시간 근로시간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이에 국회는 휴일근로를 포함해 주7일 최고 근로시간을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휴일근로를 포함한 주7일 최고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확정될 경우, 기업은 근로자들에게 주말 16시간 근무를 요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국회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는 지난 3, 4년간 재계와 노동계의 첨예한 대립 등으로 파행을 거듭했고, 그 사이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줄곧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 "노동시간 단축은 세계적 추세"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국(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장시간입니다.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과 비교하면 347시간이나 긴데, 하루 24시간으로 따지면 2주가 넘는 시간입니다.

노동시간이 긴 만큼, 노동 효율과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1.8달러.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26위 수준입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경제적 효과까지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산업혁명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주당 60시간이던 노동시간은 약 10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노동시간이 줄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여가시간이 생겨 내수는 활성화되는 경제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유 교수는 독일의 경우 주당 36시간의 노동시간을 28.8시간으로 줄이면서, 실업률은 17.9%에서 5.5%로 대폭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과 의의' 보고서도 이런 연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88년과 2015년 사이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주당 노동시간이 12시간 이상 줄어들었고, 취업자 수는 1988년 1,368만 명에서 2015년 2,594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로 근로시간이 더 줄어들면 5년간 최대 15만 명의 고용창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한국 노동의 미래는?

오프라인 - SBS 뉴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일에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비싼 임금을 주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여러 명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근로자들의 임금도 크게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는 주당 근로시간인 68시간과 기준 근로시간인 40시간 사이의 28시간 정도의 시간을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수당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수당이 나오는 이 초과근로시간이 현저히 줄게 된다는 겁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초과근로시간이 현재보다 16시간 줄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은 4.4%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중소기업계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대 30% 정도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월 300만 원을 받던 근로자의 임금은 90만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는 겁니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특히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큰 상황입니다. 초과 및 휴일 근로를 하는 근로자의 76.8%가 중소기업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법 개정시 중소기업의 구인난 등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하는 대한민국…해법은?

국회 환노위는 원내 교섭단체 4당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큰 틀에서 합의한 만큼, 대선 이후 논의를 재개해 올해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입니다.

주요 대선주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하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논란이 큰 상황에서 과연 만족할 만한 타협점을 만들 수 있을지, 올해 내에 마무리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입니다.

'저녁이 없는 삶'과 '지갑 열기가 무서운 삶', 이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안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다른 부작용은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김은정)

댓글
댓글 표시하기
리포트+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