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검찰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하고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첫 재판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덴마크 검찰은 지난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검찰과 정 씨 변호인간 조정을 거쳐 첫 재판 날짜를 4월 19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덴마크 검찰은 지난달 17일, 정 씨가 덴마크 법에서 정한 송환 요건에 모두 충족된다며,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 달 열릴 첫 재판부터,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검찰과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정 씨 측 변호인간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됩니다.
■ 구금 재연장 받아들인 정유라
정유라 씨의 변호를 맡아온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덴마크 검찰이 정 씨에 대해 한국 송환을 결정한 직후 올보르 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에 착수했습니다.
덴마크 검찰은 정 씨의 신병 확보 차원에서 덴마크 법원에 구금 재연장을 요청했습니다.
당초 지난달 22일, 구금 재연장에 대한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 씨 측이 덴마크 검찰이 요구한 구금 재연장을 받아들이며 심리는 취소됐습니다.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덴마크 검찰을 상대로 한 정 씨의 소송을 공식화한 이후 자택에서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블링켄베르 변호사의 정확한 사망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 씨 변호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정 씨가 새로운 변호사를 물색해야 하는 등 소송 준비에 차질이 생겨 재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정 씨가 블링켄베르 변호사 사망 이후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했고 구금 재연장도 결정되면서, 재판은 예정된 날짜에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 ‘범죄자의 친구’라는 스타 변호사 선임?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정유라 씨는 블링켄베르 변호사를 대신해 마이클 줄 에릭슨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릭슨 변호사는 덴마크 언론에서 ‘스타 변호사’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에릭슨 변호사의 또 다른 별명은 ‘범죄자의 친구’입니다.
이 같은 별명이 붙은 이유는 그가 덴마크에서 논란이 됐던 사건의 변론을 앞장서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에릭슨 변호사는 지난 2016년, 3명을 살해한 남성 간호사의 변론을 맡았습니다. 15살 소년에게 화염병을 던진 청소년의 변론을 맡기도 했습니다. 에릭슨 변호사는 승소율도 높은 편입니다.
정 씨가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된 각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이끌어낸 승률 높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재판에 승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정유라 송환 결정되면, 한국 언제 오나?
정유라 씨 측은 덴마크 지방법원에서 패배할 경우,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등법원까지는 정 씨 측이 재판을 제기해 검찰의 송환 결정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으나, 대법원에 상고하기 위해서는 재판 전에 사전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만약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면, 최종 판결까지는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덴마크 현지 법에 따라, 정 씨가 체포된 1월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 본국 송환을 위한 법적 절차가 완료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 씨의 한국 송환이 결정되면, 7월경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정 씨가 모든 법원에서 한국 송환을 결정하면, 덴마크에 정치적 망명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편, 정 씨가 한국 송환을 거부하며 시간을 지연하는 게 오히려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 씨가 한국에 송환돼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덴마크에서 구금돼 있던 기간은 복역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이중복역을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정 씨에 대한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을 오는 2023년 8월까지 6년 6개월로 연장한 바 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