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그 많던' 유커가 사라진다면?


서울에도, 지방에도, 산에도, 바다에도, 백화점에도, 음식점에도, 화장품 가게에도, 병원에도, 궁궐에도, 어딜 가나 넘쳐나는 유커. 가끔은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2명 중 한명은 중국인이라니 말 다 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유커’가 모두 사라진다면요?

중국 ‘소비자의 날’인 오늘부터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 금지령이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바로 이것 때문이죠. ‘설마 설마’ 했던 일을 중국이 결국 해냅니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 유커가 사라진다고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은 좁고 유커는 많아 불편했다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2012년 284만 명이던 유커는 지난해에는 806만 명으로, 5년 새 거의 4배가 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상상도 못했던 대륙적 스케일의 치맥 파티도 펼쳐졌습니다. 유커들은 상품을 한번에 대량 구매하고, 고가의 물품도 척척 사갔습니다. 그 덕에 우리는 재미 좀 봤죠.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쓴 신용카드 지출액 13조 7천 4백억 원 중 60% 이상이 (8조 3천억 원은) 중국 관광객이 긁은 것이었습니다. 삼성, 롯데 등 대기업들도 사업허가를 따기 위해 사활을 거는 면세점 쪽 사정도 한번 볼까요?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의 규모는 약 12조원. 이 액수의 약 3분의 2인 8조 6천억 원 정도를 유커가 구매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돈이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별다방 커피를 43잔씩 마실 수 있다는 사실! 하루 한잔씩만 마셔도 한 달이 넘는군요. 그런데 중국의 ‘관광 보복’이 시작되면서 4일 만에 11만 명 이상의 유커가 제주도행을 취소했고, 80%를 유커에 의존하고 있는 크루즈 관광 역시 비상입니다. 북적이던 명동 거리도 썰렁해졌습니다. 한 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350만 명. 서울시 인구의 3분의1이 넘습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쓰는 비용은 1인당 평균 240만 원. 그런데 유커가 한꺼번에 빠져버린다면요? 국내총생산(GDP)의 0.53%에 해당하는 73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는데요, 삼성전자가 지난 한해 스마트폰을 팔아 거둔 영업이익 83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휘청일만한 수치 아닐까요? 한국에서 자취를 감춘다고 해서 이 많은 유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세상은 넓고 유커가 갈 곳은 넘쳐나니까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도 연간 450만 명으로 중국을 찾는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다는 것을요.

그리고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와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개별 여행객, 즉 싼커들도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을요. 그리고 한국인들은 무엇보다 땅 크기뿐 아니라 배포도 큰 이웃을 원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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