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보다 무서운 사드보복…오늘이 마지막 유커"

단체관광객 급감에 한중 카페리 터미널 한산…보따리상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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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이 텅 비어 있다.

"오늘 배로 들어온 분들이 우리 여행사의 마지막 중국인 단체관광객이에요. 내일부턴 예약이 한 건도 없어 여행사도 쉽니다."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의 하나로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15일 오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난 30대 관광가이드 A씨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그래도 한두 건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없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여행사 휴업도 길어져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전날 중국 산둥(山東)성 스다오(石島)항을 출발해 이날 오전 인천항에 들어온 카페리(화객선)에는 여객 정원 1천500명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619명이 탔다.

이 중 단체관광객은 300명 남짓.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이 중국 출발일 기준으로 15일부터 적용된 탓에 14일 소수의 단체관광객이 출발한 것이다.

평소 터미널 입국장에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관광가이드 20여명이 안내푯말을 들고서 있었지만 이날은 8∼9명만 눈에 띄었다.

인천∼스다오 항로와 함께 매주 수요일마다 수백명의 유커를 실어나르던 인천∼단둥(丹東) 항로 카페리는 오는 22일까지 정기 선박검사에 들어가 아예 휴항했다.

터미널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소동섭(77)씨는 "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 한중 카페리 이용객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덩달아 약국 매출도 70%가량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한중을 오가는 '보따리상'(중소무역상)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인천항 카페리가 운항하는 웨이하이(威海)항, 칭다오항(靑島)항 등지에서 보따리상의 입국 수하물을 제재하면서 밥솥을 비롯해 다양한 가전제품을 중국으로 보내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 40대 무역상은 "중국 세관이 한중 카페리를 통한 보따리상 물품을 통관시켜 주지 않겠다고 알려왔다"며 "밥솥이나 화장품을 중국에 팔아 생계를 유지했는데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천항의 카페리 여객이 단체관광객 위주로 바뀌면서 보따리상들은 평택항으로 근거지를 대거 옮긴 상태다.

보따리상은 한국에서 화장품 등 공산품을, 중국에서 참깨 등 농산물을 들여와 월 60여만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보고 있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가전제품 판매점의 직원은 "주로 한국관광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나는 고객들을 상대했는데 요즘엔 판매량이 거의 없다"며 "잘 팔 때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는데 이러다가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중국 내 반한감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인의 중국방문도 줄어들고 있다.

터미널에서 중국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카페리가 들어올 때는 배편을 끊으려는 내국인 여객들로 매표소가 붐비는 데 요즘엔 텅 비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천∼중국 카페리 10개 항로는 전체 한중 카페리 여객의 60% 이상을 운송한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13.1% 늘어난 92만명이 인천∼중국 카페리를 이용했다.

매주 2∼3차례 운항하는 인천∼중국 카페리 선사들은 다음 주부터는 여객 수가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는 일반적으로 매출의 70%가량을 컨테이너 운송으로 충당하지만, 여객 급감 사태가 지속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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