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매 운동으로 시작된 중국의 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이 오늘(15일)부터 한국 관광 금지로 전면 확대됐습니다.
한국 방문객의 상당수가 중국인이라는 점을 겨냥해 중국 당국은 구두지시로 자국 여행사들에게 오늘부터 한국 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민간 기업의 결정으로 위장해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피하면서도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주려는 '꼼수'를 본격적으로 발효시켰습니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관영 언론매체들이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 롯데 및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시 소방 점검에 문 닫은 롯데마트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터넷상에서 한국과 롯데를 비하하는 발언이 넘쳐나면서, 반한감정과 롯데죽이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입만 열면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고 외국 투자를 환영한다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태도와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민간인 교류까지 막는 중국 정부의 처사는 구시대적인 발상일 뿐더러 중국은 말과 행동이 다른 나라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현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내 대형 및 중소형 여행사들은 오늘부터 한국 관광상품 취급을 일제히 중단했습니다.
이는 최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으로 사드 배치가 가속함에 따라 중국 국가여유국이 보복 차원에서 구두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온·오프라인 여행사 모두에 적용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3월 초부터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 관광 상품을 없애고 예약 취소를 받기 시작했으며 오늘부터는 한국 여행을 위한 단체 비자 신청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각급 성 정부의 국가여유국은 주요 여행사들을 소집해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며 관련 지침 7개 항목을 공지했는데 오늘부터 엄격히 적용되는 것입니다.
7대 지침에는 단체와 개인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롯데 관련 상품 판매 금지, 온라인 판매 한국 관광 상품 판매 종료 표시, 크루즈 한국 경유 금지, 관련 지침 어길시 엄벌 등이 포함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한국 관광을 금지한 날이 중국의 '소비자의 날'이라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날은 중국 관영 매체들이 기업이나 제품의 문제점을 들춰내 시정을 요구해 품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 제품이나 업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사세를 위축시키고 자국 기업들을 키우는 용도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날에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중단했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 관광'이라는 제품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대사관 등 주중 공관은 이달 초부터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을 위한 개별 비자 신청 접수에 돌입했습니다.
중국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대행하는 것보다는 번거롭지만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개별 비자를 신청하러 주중공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막힘에 따라 대부분이 단체 관광객인 크루즈선의 한국 경유도 오늘부터 중단됐습니다.
그동안 상하이나 톈진 등을 통해 부산이나 제주를 경유해 일본으로 향하던 크루즈선들이 한국을 빼고 일본에만 정박하게 됩니다.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은 크루즈 선사 로열 캐비리안과 코스타 크루즈는 중국발 크루즈의 한국 경유 취소를 이미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크루즈는 일본에 정박하거나 바다 한 가운데 뜬 채로 해상 여행을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의 크루즈 노선이 한국을 빼면 일본밖에 없어 단조로워 관광 상품 판매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일본에 정박지도 많지 않아 일부 선박은 바다 한 가운데 뜬 채로 있어야 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크루즈 선사 또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수익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