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어찌 될까…전직 재판관·헌법학자들 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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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전직 헌법재판관과 헌법학자들의 인용과 기각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인용이 다소 우세하지 않겠느냐는 '모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는 오로지 개인 판단을 전제로 해 실제 헌재 분위기와 무관합니다.

헌재의 논의 경과는 전혀 알 수 없으며 결과는 예측 불허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헌법재판 전문가들을 통해 결론을 가늠해보기 위해 전직 재판관 8명과 저명한 헌법학자 7명에게 견해를 구했습니다.

그 결과 탄핵심판 결론의 견해를 밝힌 재판관 출신 변호사와 헌법학자 6명 중 4명은 헌재가 청구를 인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나머지 2명은 청구를 각하하거나 기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상당수 전직 재판관과 헌법학자는 첨예한 이견 대립을 이유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가운데 6명은 소신을 밝혔는데 이들의 주장을 토대로 정리한 각하와 인용, 기각의 주요 근거는 이렇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판단을 내릴지 아니면 형식적·절차적 이유로 실체 판단을 하지 않을지가 관심입니다.

탄핵심판 각하를 두고서는 '본안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4명으로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 2명보다 많았습니다.

헌재는 본격적인 판단에 앞서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실체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볼 경우 각하 결정을 내립니다.

일단 각하하지 않을 경우 헌재는 탄핵사유 하나하나가 대통령 파면 사유가 되는지 등을 따지는 판단에 들어갑니다.

본안판단의 경우에도 전문가 중 4명은 인용, 2명은 기각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실제 헌재 결과에서는 8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인용됩니다.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은 탄핵소추 의결과정에서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이라는 주장이 토대입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는 탄핵사유에 대한 조사와 확인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국민을 설득시키는 정치적 토론과정마저 없었다"며 "헌법이 탄핵소추의 전제 요건으로 제시한 '위반행위 인정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법사위 사실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건 위법"이라는 대통령 대리인단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국회가 여러 탄핵소추 사유를 일괄 표결한 것이 위법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유력 법학교수 단체의 대표인 A 교수는 "탄핵소추 사유 하나하나에 대해 국회의원의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하는데 여러 탄핵사유를 하나로 묶어 표결했다"며 "기초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탄핵소추는 각하됨이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8인 체제 헌재가 선고를 내리는 것은 헌법재판관을 9명으로 구성하도록 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A 교수는 "재판관 9명이 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한 것은 헌법 사안"이라며 "이를 부정하는 측도 만약 재판관 궐위 상태가 더 발생해 6인 이하만 남게 되면 더는 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4명은 탄핵심판을 각하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의 자율에 맡겨야 하므로 탄핵심판에서 그 절차적 위법성을 논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일괄 표결은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강하게 보장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송두환(66·사법연수원 12기) 전 재판관은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의원은 여러 탄핵사유를 전부 찬성한 것이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탄핵사유 중 하나라도 반대한 경우"라며 "일괄 표결에서 찬성한 국회의원 234명은 오히려 탄핵에 동의한 최소한의 수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헌환 한국공법학회장(아주대 교수)도 "이 부분은 이미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정리된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국회의 조사·검토 절차 생략과 탄핵사유 일괄 표결은 각하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므로 다시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8인 체제로 선고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헌법재판관 출신 B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법이 7인 이상이면 심리가 가능하다고 하므로 8인 체제에서 언제든 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송 전 재판관도 "헌재법 해당 조항은 재판관 7인 이상이면 심리를 중단하지 말라는 선언"이라며 "결원이 발생했다고 국가 중대사인 탄핵심판을 진행하지 말고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 4명은 탄핵사유가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만큼 확인돼야 하는 건 아니라며 탄핵 인용을 전망했습니다.

송두환 전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도의 입증이면 탄핵을 인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헌환 회장도 "탄핵심판은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외양만 있어도 파면이 가능하다"며 "수사나 재판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국민 생명보호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소명하지 못했다.이는 기본 책무 위반으로 중대 사유"라며 "기업 강제적 모금 정황도 국가체제의 기본인 시장경제 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한 중대 사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탄핵사유 중 하나라도 중대성이 인정되면 파면 결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송 전 재판관은 "탄핵사유 중 어느 하나라도 중대하다고 증명됐다면 나머지 사유가 불인정 되거나, 인정되지만 중대성이 없다고 판단해도 탄핵은 인용된다"며 "이 경우 결정문에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라는 관용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관 출신 C 변호사는 "범행이 벌어지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무능보다 과실로 평가해야 한다"며 "객관적인 헌법 및 법률 위반 사실이 드러난 이상 무능을 핑계로 탄핵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각하 의견을 낸 전문가 2명은 헌재가 본안판단에 들어가더라도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게 옳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우선 국회가 주장하는 탄핵사유가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인호 교수는 "권력을 민간인에게 재위임한 사실이나 국민 권력을 무시했다는 소추위원단의 주장 사실이 하나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의사를 지배할 정도의 비선 조직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지인의 의사에 대통령이 좌지우지된 사실도 입증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A 교수도 "변론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된 검찰의 수사자료는 적법한 증거채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면 탄핵심판은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설사 탄핵사유가 입증됐더라도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 사안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교수는 "소추 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대통령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사익을 추구하거나 지인의 사익을 채워주기 위해 의도적·계획적인 행위를 했다는 입증이 없는 한 중대한 법 위반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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