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캐릭터 상품, 애들만 산다고요?"…불황이 바꾼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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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매주 금요일은 권애리 기자와 함께 소비자 트렌드 알아보고 있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 용품이라든가 장난감이라든가 인형이라든가 이런 건 보통 애들이 사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요새는 트렌드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요?

<기자>

네, 불황이 길어지면서 팔리는 아이템을 내놓기 위해서 업계가 눈을 부릅뜨고 찾고 있죠.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어린이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캐릭터 상품이 "아, 이건 된다." 이렇게 인식되는 요새 몇 안 되는 아이템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한 모바일 메신저에서 내놓은 캐릭터 상품군의 성공이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메신저에 기본 이모티콘으로 깔려 있어서 대화에서 감정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시는 캐릭터들입니다.

1년 반 전에 처음 상품으로 출시됐는데, 지금은 상품이 2천 종류가 넘습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고 계신 매장은 지난해 11월에 서울 홍대 근처에 문을 열었습니다.

여길 들어가려고 연말에 성인들이 이렇게 줄을 길게 선 모습이 화제가 됐었죠. 요즘은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이 매장에서만 하루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어치씩 팔리고 있습니다. 청소년들도 있지만, 2, 30대 성인들, 특히 여성들이 주 고객층입니다.

<앵커>

저런 캐릭터들은 최근에 만들어진 건데, 예전에 봤던 그런 캐릭터들도 요새 옷이라든가 등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 30대는 물론이고, 4, 50대 성인들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속속 상품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가 이상의 성인여성용 패션잡화나 옷에는 만화 캐릭터가 원래는 흔히 쓰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 여성 패션 브랜드에서 아기사슴 밤비를 전면에 내세운 가방, 지갑, 액세서리 라인을 지난달에 출시했는데요, 밤비, 저도 참 오랜만에 봅니다. 그런데 예약판매까지 받을 정도였고, 지금 한 달 만에 3차 추가제작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다른 패션 브랜드도 역시 디즈니 만화로 유명하죠. 미키 마우스를 주제로 한 장신구 라인을 내놨는데, 역시 추가제작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 한 스파 브랜드는 스누피의 캐릭터들을 그려 넣은 의류들을 지난달에 출시했는데, 요즘 이 브랜드에서 가장 잘 팔리는 효자상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캐릭터들이 그려진 것 사실 손이 가는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바뀌게 된 이유를 뭐라고 봐야 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것도 불황형 소비 심리의 한 일종으로 봅니다. 같이 들어보시죠.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현실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성인들이 과거에 향수나 사랑을 느꼈던 제품들을 계속 구매함으로써 정서적인 만족을 취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게 하나의 큰 트렌드로….]

지난주에 말씀드렸던 키덜트 열풍과도 맞닿아 있는 얘기입니다.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캐릭터들을 통해서 현실을 잊고 심리적인 위안을 얻는, 일종의 힐링형 소비라는 겁니다.

또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대중문화를 많이 접하고, 이모티콘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내 캐릭터 상품 시장은 이미 10조 원 수준의 규모인 것으로 추산되지만, 성장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꼭 좋은 얘긴지는 모르겠는데, 불황이 길어진다면 캐릭터산업의 인기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오락과 문화 관련 소비 지출 중에서도 캐릭터산업 분야의 성장 폭이 음악 다음으로 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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