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만 빼고…' 무엇이든 담보로 잡는 대출시장


최근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무슨 고기를 담보로 잡느냐"며 놀란 사람들이 많지만 2금융권에서는 고기뿐 아니라 각종 물건이 담보로 활용된다.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돼 있어 가격 변화가 너무 크지 않고 확실한 거래 시장이 있는 물건이라면 얼마든지 담보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 2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육류담보대출 시장은 7천억 원 규모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시장이 수산물담보대출이다.

시스템은 육류담보대출과 비슷하다.

수입업체들이 고등어나 명태, 참치 등 해외에서 수산물을 들여온다.

이를 수입업체나 금융사가 아닌 제삼자가 운영하는 창고에 쌓아놓고 금융사는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

수입업자는 담보로 잡힌 물건을 팔기 시작하고, 물건이 팔리면 해당 담보물만큼의 빚과 이자를 상환한다.

그 사이 수입업자는 대출받았던 돈으로 또 물건을 들여오고 금융업체는 상환받은 돈으로 다시 돈을 빌려주는 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닭고기나 의류, 목재, 수입골프채, 자전거 등도 수입해 오면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준다.

쌀이나 소, 돼지 등 살아있는 축산물, 주유소 휘발유 등도 담보 대상이며 시스템도 비슷하다.

이런 담보대출은 금리가 연 7∼8%대로 높고, 물건이 팔리면 바로 상환이 되기 때문에 대출 회전율도 빨라 2금융권에서 선호한다.

그러나 담보물의 가격이 항상 변하고 담보가 훼손될 수 있어 위험도 크다.

부동산처럼 소유권 등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처럼 이중 삼중으로 담보를 잡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육류담보대출처럼 팔 물건이 아닌, 사업을 위해 사온 물건을 담보로 잡아 대출하기도 한다.

공장에서 기계를 사 오면서 해당 기계를 담보로 잡아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이런 구조의 동산담보대출은 사용할수록 소모되고, 담보물을 시장에 내놓아도 중고품이 되기 때문에 팔 물건을 담보로 하는 동산담보대출보다 금리도 높다.

공장 기계나 병원의 의료기계는 물론 커피전문점의 커피 기계나 PC방의 컴퓨터 등도 담보로 잡는다.

심지어 일명 '마이킹'이라 불리는 유흥업소 접대부 선불금의 채권을 담보로 잡아 대출하기도 했다.

유흥업소에서 빚을 못 갚으면 접대부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식으로 계약하는 것인데, 유흥업소 특화대출 또는 마이킹 대출이라고 불린다.

최근에는 P2P(개인 간 대출) 업체들이 동산담보대출에 뛰어들고 있다.

상품을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아 유통업체에 빌려주는 식이다.

각종 의류나 잡화는 물론 가구나 음반이 담보로 잡히기도 한다.

또 돈이 필요한 사람이 명품백이나 명품 시계, 보석 등을 담보로 내놓으면 P2P 업체가 이를 보관하고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 빌려주기도 한다.

일종의 전당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의류 등을 담보로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는 P2P 업체 팝펀딩의 신현욱 대표 "담보물을 직접 확인하고 신경만 쓰면 육류담보대출 같은 중복 담보 사고는 막을 수 있다"며 "금융 상환이 안 됐을 때 해당 담보물을 얼마나 잘 처분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