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고대 한반도인과 베트남인의 융합체"…게놈 연구결과


"한국인의 주된 뿌리는 베트남에 있다고 추정됩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 소장(생명과학부 교수)은 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유전적 흐름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소장은 러시아 동쪽의 '악마문 동물(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천700년 전 고대인의 게놈(유전체·genome)을 국제 연구진과 세계 최초로 분석해 이날 공개한 인물이다.

박 소장은 이번 연구에서 악마문 동굴 고대인은 수렵채취인이며 갈색 눈, 삽 모양 앞니 등 현대 한국인과 같은 특성을 가졌던 것을 확인했다.

또 악마문 동굴에선 고대인의 뼈와 함께 직물, 고래를 잡는 데 쓰는 작살(harpoon) 등이 함께 발견됐는데, 우리나라 선사시대 대표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 사냥 장면 등이 그려진 시기가 7천 년 전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동굴 고대인과 한반도 고대인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는 것이다.

박 소장은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유전적 특성이나 유물 등을 놓고 보면 한반도 고대인과 악마문 동굴 고대인 같은 유전체를 가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동굴인이나 반구대 암각화를 새긴 선사인이 지금의 한국인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박 소장은 고조선 건국(기원전 2천333) 이전 즉, 4천400여 년 전부터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7천여 년 전 사이에 남방계가 한반도로 이동해 섞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베트남에선 약 1만 년 전부터 농경이 발달해 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이들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해 한반도까지 이르러 고래를 잡는 등 수렵채취 생활을 한 고대인과 만나 서로 섞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동굴 고대인과 다른 인족의 게놈을 비교 분석해보니 베트남 원주민과 동굴 고대인의 것을 융합했을 때, 현대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박 소장은 "한반도에 먼저 거주했던 고대인보다 베트남에서 중국을 거쳐 올라온 무리가 훨씬 숫자상으로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과정에서 현대 한국인은 남방계 유전자를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향후 한국인의 진화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잇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는 "5천 년 전, 4천 년 전, 3천 년 전 한국인의 게놈을 확보해 시대별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더 정확하게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물질 등에 오염되지 않는 과거의 뼈를 구하는 것을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박 소장은 "게놈 연구를 통해 우리가 가진 역사적 추측이나 논란, 예를 들어 '동북공정'이나 '임나일본부'설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열리게 된다"며 "고고학자, 역사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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