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과일 '리치'가 뭐길래?…"매년 인도 어린이 10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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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껍질로 싸여 있고 과육은 반투명한 흰색을 띠고 있는 열대과일 '리치'가 매해 인도 어린이 100여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인도 동부 비하르주 무자파르푸르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이면서 뇌가 부어올라 의식을 잃고 급기야는 숨지기까지 한 사례가 종종 보고됐습니다.

2014년 5월부터 7월에만 390명의 어린이가 이런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이 가운데 122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사고는 기온이 올라가는 5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우기가 시작되는 7월 말이면 사라졌습니다.

인도 질병 당국은 20여 년 전부터 이 질병의 원인을 추적했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열사병 또는 전염병을 의심하거나 이 지역 리치 농장에서 사용된 농약 때문이라는 등의 주장이 나왔지만 꼭 들어맞지는 않았습니다.

이들 어린이는 열도 없었고 백혈구 수치가 올라가지도 않아 세균 등에 감염된 것으로 볼만한 증거도 없었습니다.

인도 전염병기구 IEIS의 라제시 야다브 박사 등 연구진이 2014년부터 사망원인을 조사한 결과, 숨진 어린이 대부분이 빈곤 가정 출신으로 저녁을 거르고 공복 상태에서 리치를 먹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무자파르푸르는 인도 전체 리치의 70%를 생산하는 곳으로 곳곳에 리치 농장이 널려 있습니다.

연구진은 리치에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는 '하이포글리신' 성분이 들어 있는데 끼니를 거르고 저혈당 상태의 어린이들이 리치를 먹고 혈당치가 급격히 낮아져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어린이들의 소변에서는 비정상적일 만큼 과다한 하이포글리신이 검출됐습니다.

인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민들에게 조사 결과를 알리고 어린이들에게 항상 저녁을 먹일 것, 또 리치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이후에는 종전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가 연간 5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연구진은 전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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