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자회견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의 기자회견은 낙제점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업무 중 대면보고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은 '불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청와대의 불통이 낳은 토론 없는 '일방통행식 정치'와 '비밀주의'
오늘 리포트+에서는 민심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잃어버린 현 정권의 기자회견과 대통령이 고집해온 불통의 업무 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짚어봤습니다.
■ 질문 없는 기자회견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전까지 박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다섯 차례뿐입니다. 신년 기자회견 때마다 사전 질문지가 유출되며, 각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3차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은, 질문을 받아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도 자리를 떴습니다.
여러 가지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3번째 대국민 담화 이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대신 수석비서관 회의 같은 내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전달했습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올 1월 1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지만, 일정에 없던 간담회를 갑자기 통보한 데다, 그마저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데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후 대통령은 한 인터넷 방송과 인터뷰를 했지만,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탄핵 정국의 핵심 쟁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본인 하고 싶은 말만 쏟아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 업무에도 불통을 고집한 대통령
지난 2015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참모들의 대면 보고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대면보고를 꺼리는 박 대통령의 '불통' 업무 스타일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 핵심 참모의 진술을 통해 다시 확인됐습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 지시사항은 대면으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도청이 되지 않는 전용 폰으로 받았다"라고 진술한 겁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통화 전용’ 휴대전화와 ‘일반 업무용’ 휴대전화 2대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로 보고했던 이유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직접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휴대전화로 안 전 수석에게 정책 관련 사항에 대해 지시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불러주는 내용을 자신의 수첩에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는 진술도 덧붙였는데, 박 대통령이 지시사항을 불러주면서 "받아적고 있나요"라고 되물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참모인 안 전 수석의 증언은 대통령이 중요한 국가 정책에 관해서도 대면보고 보다, 휴대전화를 통한 일방적인 지시를 선호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 불통이 낳은 비밀주의
질문 없는 기자회견과 대면 보고 없는 업무방식 같은 청와대의 '불통 주의'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 역할을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통의 상징이 돼버린 현 정부와 대조적으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한 해 평균 스무 번의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퇴임 이틀 전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 시간 동안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취재: 이승재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