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박영수 특검팀의 소환조사를 받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는 특검 조사에서 "최순실 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간 최순실 씨가 일부 재외공관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설은 있었지만,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아 파견되는 대사는 주재국 정부와 교섭하며 국익이 걸려 있는 사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대사 인사에 비선 실세가 개입된 것은 다른 인사 개입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삼성맨' 출신인 유재경 대사처럼 비(非) 외교관 출신이 발탁된 이른바 '특임 공관장' 인사로 외교적 필요에 따라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업 외교관이 아닌 사람을 대사나 총영사와 같은 재외공관장에 임명하는 제도입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 행사로 여겨지고 있는 특임 공관장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허점으로 드러났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대사나 총영사 등 공관장으로 나갈 간부에 대해서는 '공관장 자격심사'를 실시하는데 이는 외교부 직원에 대한 것이며, 특임 공관장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재경 대사의 경우 외교부의 자격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대사가 된 것인데, 특임 공관장 제청권이 외교부 장관에게 있는 만큼 외교부 차원에서 필요한 검증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전직 외교관은 "특임 공관장 고유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교부 밖의 독립적인 인사위원회 등에서 인사 검증을 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