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데 웃음이 안나와요"…경기한파에 가시방석 앉은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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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날 연휴는 많은 직장인에게 싱숭생숭한 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기업 상황이 좋지 못해 일부 직장인들은 상여금을 원하기는커녕 밥줄이 끊길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중후장대 산업을 이끌어왔던 조선·해운업이 망가지면서 해당 직원들은 하루하루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일자리를 잃은 해운·조선사 직원들 심정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이직에 성공한 직원들이 있지만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직원들은 이번 설이 착잡할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대부분 직원은 뿔뿔이 흩어졌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찾기에 바쁜 상황이다.

지난 16일 131명의 한진해운 전 직원들은 현대상선으로 둥지를 옮겨 출근을 시작했으며 또 다른 직원들은 삼라마이더스(SM) 해운 등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H 해운사 관계자는 "작년에 나오던 설 연휴 보너스가 올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돈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사 직원들 마음에도 찬바람이 분다.

월급의 일부를 반납하면서까지 회사 살리기에 나섰지만, 추가적인 감원이 예상되면서 연휴가 예전 같지 않다.

A조선사의 한 직원은 "보통 연휴 전에 들뜨는 분위기였지만 조선사들은 불안감이 감돌다 못해 차분한 분위기"라며 "주위의 동료들이 많이 떠나는 걸 지켜본 상황이라 충분히 나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설보다 사실 추석이 더 걱정된다"며 "지난해 수주물량이 워낙 없어 하반기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감돈다.

B건설사 직원들은 설날 상여금을 구경 못 한지 몇 년 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어서 건설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며 "성과급은 기대도 안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평년보다 많은 성과급에 직원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러나 삼성 직원들 역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얽히면서 해당 이슈가 언제 그룹 리스크로 대두할지 모르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이다.

그는 "대내외 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잘 대응해 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도 작년 영업이익이 6년 만에 5조원대로 돌아가면서 그룹 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달 중 벌써 과장급 이상 간부는 임금동결을 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사정도 다를 리 없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390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상여금 지급계획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설날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회사는 작년보다 5.1%포인트 줄어든 52.1%이다.

상여금 평균도 42만6천원으로 작년(47만3천원)보다 9.9% 줄었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문모(31)씨는 "작년에는 설 연휴 성과급이 월급만큼 나왔는데 올해는 1만원도 안나왔다"면서 "올해 여름 휴가에는 목돈이 드는 해외여행은 못 갈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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