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영국 총리 "영·미가 주권국 내정개입하는 시대 끝났다"


미국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 성향에 일부 동조하고 나섰습니다.

영국 BBC방송,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어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 모임에서 30여 분간 연설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영국과 미국이 단결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라며 "하지만 이는 실패한 과거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를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대로 다시 만들려고 미국과 영국이 주권 국가에 개입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과거 외교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동참한 것으로, 이라크와 리비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AP는 분석했습니다.

다만 메이 총리는 "위협이 있거나 우리가 개입해야 할 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이스라엘이든 에스토니아든 이웃 나라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우리의 친구나 동맹인 민주주의 국가를 옹호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메이 총리는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관계를 맺되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메이 총리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누린 긴밀한 관계를 언급하며 영국과 미국 관계를 '특수 관계'라고 강조할 때에는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트럼프 정권의 고문 부활 움직임이나 국제기구의 역할 등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해왔으며, 유엔에서 미국의 역할을 크게 줄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이 유엔과 NATO 등 국제기구를 설립했을 때처럼 "세계를 함께 이끌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메이 총리는 미국으로 가는 로열 에어포스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고문 사용을 전적으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양국 관계는 개인이 세운 것이 아니라 수많은 총리와 대통령을 거쳐왔다"며 "가끔 반대되는 사람들이 서로 끌린다"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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