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러 선거개입 공방 주시…독일 "사이버공격 만반의 준비"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해킹 등으로 개입한 의혹을 놓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 주요 선거가 줄줄이 예정된 유럽에서도 이를 주시하면서 사이버공격에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정부가 지난해 분데스탁(독일 연방 하원) 해킹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의회의 컴퓨터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는 등 러시아의 내년 총선 개입 가능성에 방어막을 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달 초 러시아가 인터넷 공격이나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캠페인을 통해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는 징후가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은 정부 기관과 발전소와 같은 시설에 대한 공격이나 위협이 늘어난 만큼 사이버전쟁에 대비하는 더 폭넓은 방어체계 구축에 나섰다.

독일 국방부는 1만3천500명의 사이버 군단을 새로 창설해 2017년 중반까지 온전히 작전을 펼 수 있도록 전자전(戰)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연방 의원들도 통신 보안을 자체적으로 강화하고 나섰으나 여전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스 크리스티안 슈트뢰벨레 의원은 "그 일(분데스탁 공격)이 일어났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내 통신 체계를 되돌아보고 휴대전화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감한 통화를 할 때는 보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동료들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독일은 지난해 분데스탁의 기밀문서 유출로 이어진 해킹 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독일 정보기관은 러시아 지원을 받아 선거개입을 시도하려는 해커들을 그 배후로 지목했다.

독일 외교 자문위원회의 러시아 전문가인 슈테판 마이스터는 "러시아의 독일 정치에 대한 개입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러시아는 불법 전술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처럼 사이버 공격이 단행되고, 소셜 미디어 조작해 러시아에 우호적이면서 반유럽 성향을 지닌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같은 포퓰리스트 정당을 돕는 방식의 사이버 공격이 단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이 같은 경계심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경계 태세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유럽이 미국보다 러시아의 개입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이 상당수 존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을 지지하는 등 미국보다는 유럽이 러시아와 정치·경제적으로 더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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