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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고은과 김기춘 오래된 악연?…"구역질 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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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유신정권 당시 두 사람은 글을 썼습니다.

한 사람은 ‘시’를 집필해 유신체제에 저항했고, 다른 사람은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해 유신체제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40여 년이 흐른 2016년, 고은 시인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고, 유신 헌법 초안을 썼던 김기춘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치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 수면 위로 드러난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지난 10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가 작성한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확산됐습니다.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전 검열과 지원 배제 등에 이용하고, 예술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겁니다.

의혹이 실체로 확인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6일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이 문화체육관광부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확보한 겁니다.

박영수 특검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 등 10곳이 넘는 장소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 지지선언 등에 참여한 9473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 증언들이 향하는 곳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발견되기 전부터 문화예술인단체들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근거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고발했습니다.

이른바 ‘비망록’으로 불리는 김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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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정무수석실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비서실장이 특정 성향의 문화 예술인을 지원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시로 내렸다고 폭로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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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문체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구체적인 작성자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지목했는데,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국민소통비서관'은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었습니다.

특검팀은 어제(27일), 정 전 문체부 1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또 김 전 비서실장과 조 문체부 장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를 조사하기 위해 외교부에 모 대사의 소환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특검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블랙리스트 책임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특검 소환도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 이름이 올랐다니, "영광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분노와 상실감을 표현했습니다.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오히려 블랙리스트에 일침을 가하며, ‘이름이 올라서 영광이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우성 / 배우]

“이해의 충돌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지 않습니까?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박정우 / 영화감독]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은 영광스럽기까지 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한국 시 문단의 거목인 고은 시인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문재인 지지라고 적혀있었죠.

고은 시인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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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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