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실수는 '푸틴·러 국민 소련행세' 과소평가"


경제 쇠퇴를 이유로 러시아를 과소평가한 것이 오늘날 러시아 세력확장의 빌미가 됐다는 자책이 소련 해체 25주년을 맞아 서방 언론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 러시아 특파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관적으로 러시아의 역할을 무시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러시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경제 모델을 지녔다는 점은 옳은 지적이지만,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자국을 초강대국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은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올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를 두고 "미국보다 작고 약한 나라다. 러시아 경제는 기름과 가스, 무기를 제외하면 사람이 사고 싶은 걸 만들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의 내정개입 의혹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연방수사국 FBI와 중앙정보국 CIA는 대통령 선거 기간에 러시아가 배후로 추정되는 세력이 해킹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지원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 '가짜 뉴스'를 유포한 조직의 뒤에도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NPR은 지구촌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평가를 받는 미국 내정에 러시아가 개입하는 배경에 러시아의 독특한 정체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가 자신들만의 강한 민족적 정체성을 지닌 다른 구소련 독립국들과 달리 자신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제국'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NPR은 "1991년 제국을 잃은 트라우마는 여러 방면에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교를 대체한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7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다 1991년 12월 25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사임하고 이튿날 소련 최고회의가 연방 해체를 선언하면서 공식적으로 해체됐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사설을 통해 러시아의 집단적 냉전 향수를 거론하며 "세계는 새로운 소련의 부상에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신문은 러시아가 소련붕괴 이후 잃은 영토를 되찾으려는 열망을 드러내는 등 우려스러운 보복 정책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 반도를 병합한 뒤 동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발틱 국가들이 다음 차례가 될까 긴장하고 있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전세를 바꾸면서 중동에서 영향력은 미국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이 세력확장을 자제하지 않으면 새로운 냉전이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에 맞서는 세계 양강이던 소련 시절의 향수가 러시아에 여전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구소련권 재통합이라는 구상을 착실히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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