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강세에도 웃지 못하는 한국 수출…"엔화 대비 경쟁력 약해"

보호무역으로 환율·수출 간 연관성도 약해져…정부 "큰 영향 없을 듯"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이 9개월 만에 1,200원대를 돌파했지만, 한국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9원 오른 1,203.0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2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3월 10일(1,203.5원) 이후 9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여겨진다.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세계 무대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세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 1만원짜리 제품을 10달러에 팔았다면,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를 경우 제품 가격이 8.3달러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환율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경쟁국인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5일 달러당 103.1엔에서 상승세를 지속해 지난 15일 118엔선을 넘어섰다.

23일에는 117엔대에서 거래됐다.

원화보다 엔화 약세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면서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지난 15∼16일 100엔당 99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원·엔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 1일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 소폭 상승세를 보여 23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25.14원으로 마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 수출 경쟁국의 환율이 함께 올라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엔화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과거만 못한 것도 기대감을 낮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환율이 제조업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1992년보다 27% 감소했다.

환율과 수출 간 연관성이 약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따른 한국의 직·간접적 수출 차질 규모는 전체 통관 수출의 0.7%(24억 달러)에 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전과는 달리 환율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어졌고 효과 또한 시차를 두고 늦게 나타난다"며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환율 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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