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 계기로 잠재적 절차 문제 바로잡아야"

'탄핵심판 헌법 쟁점' 공동학술대회서 송기춘 교수 주장
"대통령 진술 청취 등 적법절차 지켜야…후임 재판관은 권한대행이 임명 가능"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를 계기로 탄핵 절차에 잠재된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법학연구소와 한국헌법학회는 23일 서울대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에서 '탄핵심판의 헌법적 쟁점'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헌재가 탄핵심판 사건을 기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탄핵 절차와 관련한 잠재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잠재적 문제로 송 교수는 ▲ 국회법 위반 ▲ 적법절차 위반 ▲ 대통령 사임 및 임기만료 ▲ 직무집행정지효과 ▲ 헌법재판소 재판관 공석 ▲ 권한대행 ▲ 헌법재판소와 민주주의 등을 들었다.

그는 "탄핵소추대상자의 진술을 청취하는 최소한의 기회마저 보장되지 않는 절차를 위헌의 합리적인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탄핵심판은 앞으로 드문 예가 아닐지 모를 상황이라 적법절차에 부합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만료로 7인 재판관 심리 우려와 관련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을 임명하는 데 문제가 없어 공석으로 인한 차질은 없으리라 전망했다.

송 교수는 "권한대행의 권한행사는 현상유지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탄핵이 확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석을 충원하는 것이 현상유지적"이라며 "황 권한대행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소장 자격이 아니라 인사청문만 하는 재판관 자격으로 임명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재판관이 심리에 참여하면 탄핵심판 절차는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탄핵소추의 사유 중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직무집행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송 교수는 "그 행위로 헌법적 또는 법률적 효과를 발생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고유업무와 이와 관련한 부수업무의 집행을 비롯해 직무집행행위의 외형을 갖춘 행위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게 옳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시중은행장에게 특정기업에 대출을 정지하라고 지시하거나 문중의 민원을 해결하도록 지시하는 것들도 '직무집행'의 범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측근들의 비리로 박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 헌법 제13조에서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적절하지 않다고 배척했다.

송 교수는 "이는 연좌제가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기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 헌법상 연좌제 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이번 사건의 차이점도 지적했다.

송 교수는 "2004년 심판사건은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통제 시도를 국민의 힘이 제어했다고 한다면 올해 사건은 국민의 대통령 사임 요구를 국회가 받아들여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성격을 규정했다.

패널로 토론에 참석한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은 정치재판이 아닌 규범적 심판절차"라며 탄핵 인용이 기정사실이라는 송 교수의 견해를 반박했다.

그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헌재에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몰이를 통해 헌재의 객관적이고 독립된 규범적 심판기능을 훼손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헌재도 헌법의 원칙을 상황 논리에 따라 임의로 해석하거나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이어갔으며,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도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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