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 추구하는 건 지식 그 자체입니다. 물리학자는 뭔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성과가 당장 기술로 응용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73)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2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의 고등과학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직 자연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남과 다른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노벨상 수상의 비결을 밝혔습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1970년대 초 2차원 물질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과 점성이 0이 되는 초유체 현상을 설명한 공로로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교수, 덩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 분야 연구자는 거의 없었고 그 역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우연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가고 싶었는데 서류를 늦게 내는 바람에 영국 버밍엄대로 갔고, 여기서 만난 사울레스 교수의 권유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이론을 발표하고 수년이 지나서야 이들의 연구는 서서히 학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중요한 일을 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건 어느 물리학자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럴 때마다 나는 물리학자로 살 수 없으면, 취미를 살려 프로 암벽등반가로 나설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70세가 넘은 그가 여전히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생리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입니다.
코스털리츠의 아버지인 한스 코스털리츠 박사는 대학에서 은퇴한 뒤에도 계속 연구해 90세에 뇌에서 분비되는 '엔케팔린'이라는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아버지도 원래 이론물리학자가 되려 했는데 할아버지가 의대에 가라고 해서 포기했다"며 "이 때문인지 아버지는 늘 내게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고, 이론물리학도 알려줬는데 암기에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로 유명합니다.
매운 한식까지 두루 섭렵한 그의 단골 미국 식당 역시 한인이 운영하는 '국숫집'이었습니다.
2004년 이후 고등과학원을 거의 매년 방문하며 10년 넘게 연구자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여러 한국인 제자가 있다며, 고등과학원의 이주영 박사가 자신에게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