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25년 논란 경위는…유족 "추가 법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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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발표에 진품으로 밝혀진 '미인도'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미인도'의 진위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 결과와 프랑스 유명 감정팀의 판정이 상충하는 데다 천 화백 유족 측이 추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5년간 이어져온 미인도의 위작 논란이 미술사에서 영구 미제로 남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 '미인도' 진위 논란 25년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하 현대미술관)이 1991년 3월 기획한 '움직이는 미술관' 전국 순회전에 '미인도'를 포함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인으로부터 '미인도'가 순회전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물을 확인한 천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후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자 현대미술관은 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으며 화랑협회 감정위원들은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진품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나비, 흰 꽃, 검은 머리카락 등이 등장하는 양식적 특징과 호분과 색채를 두텁게 발라 올리는 기법, 안료 등이 천 화백의 이전 작품과 일치한다는 점이 현대미술관과 협회가 진품이라고 판정한 근거였다.

천 화백의 작품 표구를 전담하다시피한 동산방 대표가 자신의 표구가 맞다고 인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검찰이 19일 발표한 수사 결과의 근거와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천 화백은 1991년 4월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며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이후 수차례 미국과 한국을 오가다 1998년 말 영구 출국했다.

한동안 세간에서 잊힌 이 사건은 1999년 위작자로 명성이 높은 권춘식 씨가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으로 떠난 뒤 행적을 알 수 없던 천 화백의 별세 소식이 지난해 10월 뒤늦게 국내에 전해지면서 '미인도' 진위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권 씨가 올해 3월 자신은 미인도를 그린 적이 없다며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가 곧바로 자신이 그린 게 맞다고 말을 바꾸는가 하면 4월에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교수 등 유족이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고소·고발했다.

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가 진품이 아닌데도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작가의 인권과 사후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모나리자 그림 속 숨겨진 그림을 찾아낸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정팀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미인도'에 대한 위작 결론을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19일 8개월여의 조사 끝에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 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일치한다며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 '위작' 주장 굽히지 않는 유족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천 화백이 생전 '미인도'에 대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분명히 못 박은 데다 유족 또한 위작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은 검찰 발표 후 반박문을 내고 "국제적인 과학감정전문기관인 프랑스의 뤼미에르 광학 연구소가 한 달에 걸친 검증 끝에 수학, 물리학, 광학적 데이터로 도출해낸 명백한 위작판명 결과를 대한민국 검찰이 부정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여전히 이 작품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팽팽하게 전개되는 데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프랑스 감정팀의 결과에 배치된다는 점도 위작 논란의 완전 해소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프랑스 감정팀은 '미인도'를 특수 카메라로 촬영해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비교 분석한 결과,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러한 감정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지난달 검찰 측에 제출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미술품 위작 문제는 특성상 명확한 판정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일례로 2009년 서울옥션이 박수근의 '빨래터'에 대해 위작 의혹을 제기한 미술 잡지사를 상대로 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빨래터가 진품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당하다"며 모호한 판결을 내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미술품의 진위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고 당시 진품으로 평가받은 작품이 후대에 위작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을 만큼 가리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우환 화백을 둘러싼 위작 논란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유통시킨 일당을 검거하고, 일부 작품이 위작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까지 제시했으나 이 화백이 이에 대해 "진작"이라고 주장하면서 양측의 의견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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