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연인 '소중한 통신수단'…추억의 공중전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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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국내 무선호출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삐삐'(발신전화번호 확인 가능 기기)가 울리면 공중전화로 달려갔던 시절.

친구, 가족, 연인의 '소식' '그리운 목소리'를 들으려고, 직장 상사의 '지시 내용'을 파악하려고, 공중전화 앞에 즐비하게 늘어섰던 추억이 지금의 40대 이상 중장년층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휴대전화 보급이 보편화 되지 않았을 1997년 당시 삐삐 가입자가 전국적으로 1천500만명이나 됐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중전화를 이용했었는지 쉽게 짐작되고도 남는다.

1997년 전후에 '반쪽 휴대전화 기능'을 갖춘 씨티폰(발신전용 휴대전화기)이 등장하면서 공중전화 이용자가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공중전화는 서민들의 소중한 통신수단이었다.

이러한 추억의 공중전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19일 공중전화를 운영하는 KT링커스에 따르면 광주지역 공중전화 대수는 2000년 5천대, 2006년 3천900대, 올해 11월 2천500대로 16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전남 공중전화 대수도 2000년 7천700대, 2006년 6천400대, 올해 11월 3천500대로 16년 만에 절반 이상 줄었다.

11월 기준, 광주는 인구 588명당 1대, 전남은 542명당 1대꼴로 공중전화가 설치돼 있다.

더구나 지금 설치된 공중전화 수익률이 저조해 2020년엔 지난해보다 50%가량 감소된다.

이와 관련,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공중전화 7만대를 2020년엔 3만∼4만대로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공공교통시설, 관공서·공공기관, 복지시설, 의료시설, 교육시설, 산악지역 등을 제외하면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

광주 서구에서 3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0년∼30년 전만 해도 가게 앞 공중전화 부수 앞에 3∼4명씩 줄을 서 있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명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것 같더라"며 "가게 앞 공중전화 부수도 없어질 때가 됐다고 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주부 정모씨는 "지금 남편과 연애하던 1990년대 중반 시절, 삐삐를 하면 남편 있는 사무실로 공중전화로 전화했는데 당시 공중전화 카드를 사는데 한 달 용돈 몇만원을 썼다"며 공중전화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겼다.

모 언론사 기자는 "1990년대 선배 기자가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 번호가 삐삐에 찍히면 공중전화 부스로 한걸음에 달려가 선배에게 전화했는데도 선배 기자에게 '행동이 굼뜨다'며 야단을 들었던 추억이 새롭다"며 "모바일 메신저로 바로바로 소통하는 지금과 비하면 격세지감이고, 공중전화가 유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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