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또 흔들리는 아스널, 이번 시즌에도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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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날이 중요한 순간 여지 없이 흔들렸다. 승점 싸움이 가장 치열해 지는 12월 마지막주 박싱데이를 앞두고 순위 경쟁팀과의 경기에서 패배했다. 그것도 자신들의 안방에서 당한 패배다. 만년 4위 팀인 아스날에게는 2016/17 시즌에도 다시 한번 같은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홈 팀 아스날이 원정에 나선 맨체스터 시티에 2-1로 역전패 하는 수모를 겪었다. 아스날은 이 날 전반 5분 만에 시오 월콧이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가는 환상적인 찬스를 만들어 냈다.

더욱이 상대팀 맨시티는 경기 킥오프 전까지 아스날과 승점 34점 동률을 이루며 선두권 다툼을 벌이는 경쟁자이자, 리그 내 우승 후보권으로 분류되는 강팀이었다. 우승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대 라이벌 팀 중 하나인 맨시티를 상대로 17라운드 경기를 잡을 경우 아스날은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연말 박싱데이를 전후해 벌어지는 경기들을 '승점 6점'짜리 경기라 부르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 경기를 이기면 주어지는 승점은 3점이지만, 순위표 자리 싸움이 치열한 12월 말 벌어지는 경기에는 승점 3점, 승리 이상의 의미가 존재한다. 더욱이 그 경기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과의 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5분 만에 승기를 잡은 아스날은 '놀랍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여지 없이, 어떤 의미에서 이번 시즌 가장 중요했던 경기에서 또 한 번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2003/2004 시즌 이후 단 한 차례도 리그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아스날은 이번 시즌 그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었다. 17라운드 맨시티전을 잡을 경우 2~4위권 내의 팀들과는 격차를 벌이고, 선두 첼시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려할 수 있었지만 승리가 더욱 절박해 보였던 것은 아스날이 아니라 맨시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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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맨시티는 5분 만에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전반 45분 내내 고전했다. 승기를 잡고 골문을 걸어 잠근 아스날이 수비 진영으로 깊숙이 내려 앉으면서 좀처럼 이렇다 할 공격 전개 장면을 만들지 못한 것. 하지만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운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카드가 지키기에 나선 벵거 감독의 전략을 압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수비수 파블로 사발레타 대신 바카리 사냐를 투입하며 측면 공격에 힘을 실었다. 팀의 핵심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결장한 가운데 공격진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맨시티는 사냐 투입 이후 빠른 측면 돌파가 살아나면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선제골 이후 수비에 치중했던 아스날은 결국 후반들어서 제대로 된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완전히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1-0으로 뒤진 상화에서도 경기를 뒤집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10분 가량이 지나자 적중했다. 후반 16분 상대 진영을 돌파해 들어가던 다비드 실바가 리로이 자네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고, 자네가 문전 주앙에서 때린 왼발 슈팅은 그대로 아스날 골문 구석에 꽂혔다.

위기 상황에서도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한 맨시티는 이후 쉴 새 없이 상대 골문을 향해 유효슈팅을 벌이며 난타전을 시도했고, 후반 35분 다시 한 번 아스날에 비수를 꽂았다. 전술 변화 이후 활발히 아스날 측면을 공략하던 공격수 스털링이 기습적인 슈팅으로 팀의 두번째 골을 만들어 낸 것. 12월 초반 리그에서 첼시와 레스터 시티에게 연달아 패하며 팀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맨시티는 16라운드에서 왓포드를 상대로 승점을 생기며 반등의 기회를 잡은 뒤 17라운드에서는 강적인 아스날까지 원정에서 잡으며 연승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게 됐다.

승점 37점을 기록한 맨시티는 순식간에 리버풀, 아스날 등 막강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리그 2위로 올라 섰다. 11연승을 구가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첼시(승점 43점)와의 격차는 큰 편이지만 박싱데이를 앞두고 1위 추격의 발판을 마련 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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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스날은 패배보다 많은 것을 잃게 됐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떼지 못하고 있는 '만년 4위 팀'의 오명이다. 이 날 맨시티전 패배로 승점 추가에 실패한 아스날은 다시 한 번 리그 4위권으로 추락하게 됐다. 리버풀이 승점 34점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으나 아직 17라운드 경기를 치르지 않은 상태여서 리버풀이 20일 치러지는 에버턴과의 17라운드 경기에서 승점을 추가할 경우 아스날의 순위는 4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시즌보다 우승 가능성에 가까이 다가섰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하며 '우승권 팀'의 위용을 입증하기 보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아스날. 경기를 마친 벵거 감독은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반에 내준 두 골은 모두 오심에 가까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승패까지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후반전에 상대의 전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며 공격진이 무득점으로 침묵한 아스날의 경기력은 벵거 감독의 '불만'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팀의 에이스인 외질 역시 이번 시즌 가장 중요했던 경기에서 평점 5점이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열린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5위 토트넘이 승점을 추가하면서 아스날(승점 34점)과 토트넘(승점 33점)의 승점 차는 1점에 불과하다. 단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차기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리그 4위 자리는 주인이 바뀔 수 있게된 상황이다. 팀 안팎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아스날이 2016/17 시즌에도 리그 4위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지, 혹은 그 이상의 악몽을 겪게될 지에 또 한 번 비상한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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