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차량에 그만…말 못하고 못 듣지만 웃음으로 소통했는데"

광주 북구서 환경미화원 육군 상병 음주사고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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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운전 육군 상병 환경미화원 치어 (사진=광주 서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20여 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지각 한 번 결근 한 번 안 한 양반인데, 동료들이 밝은 웃음 짓는 동료를 떠나보낸 상실감이 큽니다."

15일 오전 6시 30분께 광주 동구 운암동 운암고가 밑 도로에서 광주 북구 쓰레기 수거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A(56)씨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A씨는 영하로 떨어진 강추위와 희미하게 날리는 눈발을 견디며 생활 쓰레기를 수거용 차량에 싣던 중 갑자기 뒤에서 돌진한 사고차량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A씨는 청각 장애 3급의 장애인이었다.

주변 사람과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웅얼거리는 소리 밖에 못 냈고, 청각 장애도 심각해 듣질 못했다.

그러나 동료 직원들은 그를 가장 편한 동료로 꼽았다.

말 못하고, 못 들어도 환한 미소와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며 한 번도 장애 탓에 일을 그르친 적이 없었다.

오전 5시 반 출근해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온종일 바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아침 30분, 점심 30분, 간간이 담배 피우는 휴식시간에 A씨는 동료들에게 자판기 커피를 먼저 내밀며 환한 웃음 지어 보였다.

비슷한 장애가 있는 아내와 함께 키운 아들 둘 중 큰아들이 최근 기업체에 인턴으로 합격하고, 대학생인 둘째 아들도 군에서 제대해 집으로 돌아와 A씨의 미소는 훨씬 환해졌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성실한 A씨의 근무 경력은 오는 30일 모범근로자 시장상을 받는 결실 보기 직전이기도 했다.

비가 오면 비옷 입고, 눈이 오면 옷을 한 겹 떠 껴 입혀 주며 함께 현장을 지키던 동료들은 불의의 소식에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고 눈물지었다.

용역업체 노조위원장은 "환경미화원들은 늘 이런 사고 위험에 노출돼 보험가입도 쉽지 않다"며 "구청과 회사 측과 협의해 산재 처리 등 지원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사고를 낸 육군 상근병 조모(21)상병은 전날부터 광주 서구 지역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46%로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귀가하다 앞서 정차한 쓰레기 수거차량과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상근병인 조 상병은 이날 오전 8시 30분까지 소속 부대에 출근해야 했지만, 새벽까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귀가해 군복으로 갈아입고 출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당국은 광주 북부경찰서로부터 조 상병의 신병을 인계받아 사고 경위와 상근병 관리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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