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롯데 "애 낳으면 남자도 무조건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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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법적으로 남자도 아이를 낳으면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 주변에서 한 번도 남자가 육아휴직 쓰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아무래도 이유가 다양하게 있을 텐데, 롯데그룹이 이걸 아주 유의미한 발표를 했다면서요?

<기자>

엄마들 육아휴직은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 말씀하신 대로 남자들 육아휴직은 좀 힘들죠.

회사에 육아휴직 이런 얘기 했다가는 "육아휴직 갔다가 영원히 휴직할래? 회사 생활 포기했냐?" 이런 말을 듣기가 쉬운데, 롯데그룹이 내년부터 남자도 아이를 낳으면 최소 한 달은 무조건 육아휴직을 시키겠다. 이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매년 한 번씩 여직원 중에 인재들을 모아서 발표회 같은 걸 하는데, 이 자리에서 남녀 모두 육아정책을 바꾸겠다고 발표를 한 겁니다.

남자 직원은 최소 한 달간 의무 휴직을 하고요, 또 육아휴직을 하면 문제가 돈이거든요. 줄어드는데, 한 달은 회사가 100% 월급을 주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여자도 지금 오른쪽에 보시는 것처럼 지금은 1년까지 육아휴직을 하는데 최장 2년까지 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주려면 확 반년 이렇게 시키지 한 달이 뭐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칭찬을 해야 될 게 현실적으로 한 달을, 그것도 회사가 100% 월급 다 줘가면서 육아휴직을 보내는 경우가 없고요.

또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한 달 가라 그러면 조금 더 생각해보고 3개월, 반년 늘려갈 수도 있는 거니까, 시작이 반이니까요. 좋은 평가를 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보면 적극적으로 이렇게 회사에서 쉬라고 하면 쉴 수야 있는데, 또 아이 키우는 게 한 달로 끝나지는 않잖아요. 그렇게 되면 돈 문제가 걸리니까 많이 어렵겠어요.

<기자>

남자 육아휴직의 문제가 거기도 또 있는데요, 그러니까 롯데도 포인트가 한 달은 100% 월급을 준다는 건데, 두 달째부터는 결국, 정부 정책대로 가야 되거든요. 돈이 확 줍니다.

기저귓값, 분윳값 팍팍 들어가는데, 육아휴직을 남자가 냈다가는 경제적으로 또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어요. 작년에 육아휴직 낸 통계를 보면,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남자는 5천 명 남짓, 전체 아이를 낳은 집 중에 5% 정도인데, 지금 오른쪽에 보시는 것처럼 처음 석 달은 그래도 150만 원까지 나오는데, 그다음부터는 넉 달째부터는 75만 원 밖에 안 나옵니다.

이게 돈을 조금 모아놓은 상태라면 저 돈으로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빠듯하게 살기 때문에 쪼들릴 수밖에 없고, 아무래도 육아휴직을 용기 내서 하려다가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접을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다른 나라들도 상황은 비슷할 텐데, 어떤 제도를 갖고 있나요?

<기자>

참고할 만한 곳이 북유럽, 그다음 일본인데, 북유럽 같은 데는 부부 합쳐서 육아휴직 얼마, 딱 정해놓은 다음에 그중에 남편 몫을 법으로 또 할당을 해놨어요.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부부 합쳐서 1년 좀 넘게 육아휴직이 있는데, 남편은 6주 무조건 육아휴직을 해야 합니다. 안 쓰면 그냥 없어져요. 월급 80%를 국가가 챙겨줍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도 남자가 60일까지 쓰고, 역시 월급을 80%를 주고요, 일본이 우리만큼 출산율이 낮은데, 저걸 그래서 베끼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부 합쳐서 육아휴직을 2년으로 늘린 다음에, 그중에 남자를 반년까지는 휴직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실 저렇게 휴직을 해보면 남자가 육아나 가사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거든요.

OECD에서 우리나라가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인데, 우리야말로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짜내도 모자랄 상황이라는 점에서는 참고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그러게요. 요즘 맞벌이 부부들도 많은데 아이 키우느라 정말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 많이 받거든요. 예산이 좀 들더라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네요.

<기자>

재밌는 게 600년 전에, 조선 시대 때 세종대왕께서 육아휴직을 만드셨습니다. 관에서 일하는 노비들도 아이를 낳으면 엄마는 100일, 아빠는 30일 육아휴직을 줬었습니다.

아빠가 같이 쉬어야 엄마하고 아이를 돌볼 수 있지 않겠냐는 세종대왕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세계 최고 선진국이었던 셈입니다. 후손들이 못 할 이유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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