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소녀상 두고 못 본다?'…일본단체, 호주인권위에 진정

인종차별반대법 거론…'소녀상' 교회 측 "여성의 고통 상징"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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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애시필드 연합교회 내의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호주의 한 일본단체가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선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훼방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의 일본인 민간단체를 표방한 '호주-일본 커뮤니티 네트워크'(AJCN)는 소녀상이 인종적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며 최근 호주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단체의 야마오카 테쓰히데 대표는 14일 호주 ABC 방송에 "우리는 정치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지역의 엄마와 아빠들이 걱정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소녀상은 지난 8월 한인 밀집지 인근 애시필드 연합교회(목사 빌 크루스) 뒷마당에 세워졌다.

소녀상은 교회 조경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길가의 교회 앞마당으로 옮겨진다.

이 일본단체는 지난 5월 시드니에 소녀상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교회와 교단, 지역 당국, 시드니 한인회 등을 상대로 협박 등 집요한 방해 작업을 폈다.

이 단체는 이번에는 인종차별반대법 상의 '18C' 조항을 들고나왔다.

이 조항은 "인종이나 혈색, 혹은 국가나 민족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거나(offend) 모욕하는(insult) 표현, 또한 수치심을 주거나(humiliate) 위협적인(intimidate) 표현"을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진정서에서 "이 상징물은 지역사회에 해가 되고 결과적으로 모욕 행위와 인종적 증오를 유발할 것"이라며 크루스 목사와 교회 측이 18C 조항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야마오카 대표는 방송에서 소녀상이 보통 말하는 순수한 기림비가 아니고 매우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미코라는 이름의 한 일본계 여성도 방송에 "성노예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그들은 매춘부이기 때문에 벌이도 좋아 큰돈을 벌었다"라고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소녀상을 위해 흔쾌히 공간을 내준 크루스 목사는 일본 측의 진정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소녀상 철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인권 운동가인 크루스 목사는 "이것은 일본인들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전쟁 중에 고통을 받은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며 일본단체에 진정서를 제출하려면 하라고 말했다.

크루스 목사는 또 "소녀상은 희망에 대한 것이고 '이러한 일이 결코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말하는 것"이라며 "소녀상 때문에 슬픔을 느낀다는 사람들은 정말로 나를 슬프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시소추) 박은덕 공동대표는 연합뉴스에 "일본 측이 인권을 앞세워 인권위원회의 지지를 끌어낸 뒤 소녀상 철거를 위해 소송을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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