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메이저 협상가, 외교도 사업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의 숨겨진 외교 능력과 외교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에게 붙여진 친러시아 인사라는 '결함'이 실제로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을까.

비즈니스가 아닌 복잡한 국제 분쟁도 사업처럼 유연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논란거리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관한 그의 입장은 무엇인가.

러시아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세계 최대 석유·가스 기업 CEO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가 미국 외교수장으로 낙점되자 미국 주류 언론은 의심과 기대가 섞인 복잡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사설에서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결함 있는 인사"라고 비판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틸러슨이 유능한 경영인이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WP는 그러면서도 틸러슨이 경영해온 엑손모빌이 경제규모와 사업 활동의 지정학적 함의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일개 국가에 필적한다며 틸러슨은 국가 지도자인 셈이라고 비유했다.

WP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또 하나의 미국 거대 기업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 경제규모의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무려 2천688억 달러였다.

세계은행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국가 순위로 보면, 엑손모빌이 일개 국가일 경우 41위에 해당한다.

미국이나 중국보다는 아주 적지만 파키스탄과 필리핀 바로 뒤이며 칠레, 아일랜드, 핀란드보다는 조금 앞섰다.

이 엄청난 수입은 물론 엑손모빌의 광대한 석유 및 가스 자원에서 나온다.

올해 초 엑손모빌의 1일 산유량은 410만 배럴로 세계 4위에 올랐고, 하루 350만 배럴을 생산하는 이란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엑손모빌의 종업원 수는 7만5천300명이지만 '엑손모빌 국가'의 실제 인구를 추산하려면 주주 수를 계산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

엑손모빌의 사외주는 40억 주가 넘는다.

수백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틸러슨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틸러슨의 국제적 인맥과 네트워크는 잘 알려져 있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특수한 친교가 외교수장으로서의 적격성 시비가 되고 있다.

엑손모빌은 자체 추산으로 58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영리만 추구하는 기업 이미지로 여러 국가에서 곤란을 겪었다.

지난 2011년 미정부가 유전지대에서 나오는 수입을 이라크내각 세력에 나눠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와 직거래를 추진했다.

이 계약은 이라크 중앙정부를 혼란에 빠뜨리고 미 국무부의 정책 목표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례로 엑손모빌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엑손모빌은 틸러슨이 CEO를 맡기 전 기후변화 협약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오명을 사기도 했으나 최근 입장을 철회했고,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용주의가 엑손모빌의 수장으로서 틸러슨의 지도력을 보여준다고 WP는 평가했다.

그렇다면 틸러슨의 외교 이해도는 어느 정도일까.

NYT는 틸러슨이 엑손모빌에서 생산 기술자로 시작해 CEO에 오르기까지 41년간 재직하면서 나이지리아, 카타르 등 수많은 국가 지도자들과 함께 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엑손모빌은 적도기니와 수단 등 많은 국가에서 지배적 지위를 누려왔다.

물론 기업의 대표와 국가의 외교장관이 하는 일은 다르겠지만 틸러슨이 사업을 하는 데는 탁월한 외교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 다루게 될 현안은 인권문제에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다른 동맹들의 강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중재 등 훨씬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NYT는 틸러슨이 자유무역 신봉자이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슈에 있어서 그의 견해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그가 고민하고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러시아와 관계에서도 틸러슨이 엑손모빌을 경영할 때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 시리아 등의 내정에 지속적으로 간섭하는 것을 틸러슨이 어떻게 볼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조적으로 WP는 21세기에 글로벌 석유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틸러슨이 세계 최대 석유회사를 경영하면서 능숙한 협상가임을 증명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를 트럼프 당선인에게 천거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렉스는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미국 최고 외교관들 이상의 능력을 보일 것"이라며 " 어떠한 협상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할 인물 "이라고 평가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스티브 콜 저널리즘대학장도 2012년 발간한 엑손모빌에 관한 책에서 틸러슨이 전임 CEO 리 레이먼드보다는 외교적이지만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어선 결코 덜 공격적이지 않다고 평했다.

그는 엑손모빌의 이해와 미국의 이해가 항상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콜의 책에 실린 일화에 따르면 레이먼드 전 CEO도 "나는 미국의 이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틸러슨의 상원 인준은 이제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3인방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틸러슨은 자신이 엑손모빌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임을 상원의원들에게 확신시켜야 하며 여기에도 어느 정도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WP는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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