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사우디·홍콩 등 페그 통화 '곤혹'

페그제 포기 국가도 '고통'…물가급등에 외국자본 이탈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의 통화가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달러화 페그제는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의 움직임에 연동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요 통화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화 지수는 지난 11월말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달러화 강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나이지리아와 카자흐스탄처럼 페그제를 포기한 국가도 등장했다.

그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고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하면서 페그제를 포기한 대가도 고통스럽다.

나이지리아 나이라화 가치는 지난 6월 페그제를 포기한 이후 3분의 1 가량 떨어졌고 물가는 올해 1~10월 18.3%나 상승했다.

지난 8월 페그제를 포기한 카자흐스탄의 물가 상승률은 16.4%에 이른다.

미국의 금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면 페그제를 실시하는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일부 중동 국가의 통화도 추가로 투자자들의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홍콩 달러화 선물 거래 가격은 중국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강했던 올해초부터 계속 현물 가격을 웃돌고 있다.

당시 일부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홍콩 달러화의 페그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사로잡혀 있었다.

미국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중국 정부가 다시 한 번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예상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홍콩이 페그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홍콩 달러화 선물에 대한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M&G 인베스트먼트의 에릭 로너건 펀드 매니저는 "쇼트 포지션은 리스크를 대비한 아주 매력적인 헤지 수단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콩의 페그제는 여전히 튼튼하다고 보는 투자자들도 없지 않다.

하베스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토머스 콴 수석투자책임자(CIO)는 홍콩의 페그제가 30여 년간 지속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 달러화가 1997년 조지 소로스 등의 투기세력을 물리쳤고 2008년 금융위기도 무사히 넘겼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달러화 페그제를 실시하는 일부 중동 국가들도 지난 수년간 투자자들의 시험을 받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출 소득이 크게 줄어들어 페그제를 유지하는 대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고는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다.

팩트셋에 따르면 사우디와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협의회(GCC) 6개국의 총 외환보유고는 2014년 중반에 정점을 찍은 이후 2천억 달러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은 20%를 넘는다.

반면에 이들의 외환보유고가 여전히 막대하며 산유국들이 생산량 감축에 합의한 지난달 11일 이후 국제 유가가 22% 상승한 점을 들어 페그제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는 주장도 있다.

아부다비 국립은행의 글렌 위프너 행장은 올해초 사우디 리얄화와 UAE 디르함화가 받던 하방 압력의 상당 부분은 줄어든 상태라고 주장했다.

유가의 반등이 페그제의 유지를 낙관하는 하나의 근거다.

다만 향후에도 유가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일부 산유국들이 과거에도 종종 감산 합의를 어겼고 유가가 상승하면 미국 등의 증산을 유도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유가 반등의 지속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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