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비박 '강대강' 대치에 설 곳 없는 '샤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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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른바 당내 '샤이(shy) 그룹'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탄핵안에 찬성 또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핵심 친박' 혹은 '강성 비박'으로 분류되지 않는 대화·온건파 의원들로, 최근 양 계파의 '막가파식 충돌' 양상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앞으로 집단 탈당에 의한 분당 사태가 현실화하든, 균열 봉합으로 수습 수순을 밟든 이들이 '무게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모두 56명이었다.

야당 및 무소속(172명) 이탈표가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이들은 모두 친박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불참, 기권, 무효표를 제외한 나머지 62명은 찬성표를 던진 셈으로, 이들은 비박 성향으로 추정된다.

친박 주류 의원들로 구성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지난 11일 첫 회동을 하면서 서청원·최경환·조원진·이장우 의원 등 현역 의원만 40명이 참석했고, 이밖에 10여명이 모임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37명만 참석했으며, 주최측은 명단도 발표하지 않아 상당수가 친박계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해 동참을 꺼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도 당초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만 40여명에 달했으나 고정적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의원은 2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결국 친박·비박 진영에서 각각 20명 정도는 계파 색채가 옅은 '샤이 그룹'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들은 최근 최악으로 치달은 당 내홍 사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도 성향 중진 의원은 "최근 친박과 비박 측이 서로를 공격하는 발언 수위는 정말 눈뜨고 지켜보기 민망한 수준"이라면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삿대질만 한다면 그나마 새누리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보수 유권자들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중도성향 의원들이 적지 않고, 이들이 당을 수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도 성향의 5선(選) 중진인 이주영 의원은 최근 몇몇 의원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분당 사태를 막기 위한 조율에 나서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모임에는 사퇴 의사를 밝힌 정진석 의원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상시국위는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고 중도 성향 의원들을 상대로 영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친박 진영도 세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봉합은 이미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상호비방이 형사고소로 이어져 법정공방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는데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일찌감치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샤이 그룹'의 목소리가 양측의 '고성'에 묻힐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다른 중도 성향 의원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가 당 진로의 기로가 될 것"이라면서 "중도 성향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결국 갈라지느냐를 결정하는 데 중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이전 당초 새누리당이 '내년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을 정할 무렵이나 친박·비박의 '3+3' 중진협의체가 가동될 때까지만 해도 막후에서 친박과 비박의 리더인 최경환 전 부총리와 김무성 전 대표의 막후 대화 채널이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핵 이후 양 계파가 상대를 향한 '인적 청산' '탈당'을 외치며 극단으로 대립하면서 두 사람의 채널도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현재 양상은 양 계파의 강성파들이 상대를 '죽이겠다'고 하는 마당인지라 싸움은 루비콘 강을 건넌 상황"이라며 "대화파나 중재 파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졌고 관망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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