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 오죽 반가우면…농촌서 유행하는 출생 축하 반지

"태어나서 고마워"…이웃들 쌈짓돈 거둬 새 생명 탄생 축하
옥천 동이면서 시작된 '해피 바이러스' 주변 지역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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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반지 선물하는 옥천 안내면 주민들 (사진=안내면 주민자치워원회 제공/연합뉴스)

대청호 연안에 자리 잡은 충북 옥천군 안내면에는 해마다 그 해 태어난 신생아에게 출생 축하 반지를 끼워주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한때 8천명을 웃돌던 인구가 2천명대로 내려앉고, 젊은층 감소로 아기 울음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이 푼돈을 모아 2004년 시작한 일이다.

이곳 주민들은 '안사천사모'(안내면을 사랑하는 천사들의 모임)라는 이름으로 한 달 1천4원씩 반지 값을 모은다.

이 돈으로 작년까지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한 돈(3.75g)짜리 출생반지 59개를 선물했다.

이달 28일에는 올해 태어난 6명의 귀한 생명에게 반지를 끼워줄 예정이다.

이시창 안내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출생반지 덕분인지, 해마다 2∼3명에 불과하던 신생아가 올해는 6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돈을 이체하는 주민이 120여명으로 늘어 어느덧 반지 선물은 출산 가정은 물론 지역사회에 웃음꽃을 전하는 해피 바이러스가 됐다"며 "앞으로는 초등학교 졸업 때도 선물을 챙겨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생 반지 '해피 바이러스'는 지난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동이면에도 전파됐다.

'동이 천사모'를 결성한 주민들이 한 달 2천4원씩 돈을 모아 매년 5월 신생아 전원에게 출생반지 선물을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서도 작년 10명에 이어 올해 8명의 아이가 이웃이 주는 출생 반지를 선물 받았다.

주민 대표 김연용씨는 "새 생명 탄생을 이웃이 함께 축복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라며 "안내면보다 출발이 늦은 점을 감안해 모금액을 한 달 1천원씩 더 높여 잡았다"고 소개했다.

인접한 이원면에서는 이달 18일 청년회가 9명의 신생아에게 탄생 축하반지를 전달한다.

이 단체 회원들은 커피 자판기 운영 수익 등으로 2010년부터 모교인 이원중학교 입학생 전원에게 교복을 선물하고 있다.

박원희 이원청년회장은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 출생 반지를 챙겨주기로 했다"며 "작은 선물이지만,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바라는 이웃들의 소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옥천군 인구는 5만2천257명으로 작년 5만2천474명에 비해 217명(0.4%), 5년 전 5만3천496명보다는 1천239명(2.3%) 줄었다.

군 관계자는 "아기 울음을 염원하는 주민들의 정성이 통해 바닥에 떨어진 출산율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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