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후터스 걸'로 분장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신인 선수 (사진=AP/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열리는 도시에서는 9월이면 덩치 큰 선수가 여장을 한 채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새내기 괴롭히기를 뜻하는 '루키 헤이징(Rookie hazing)' 행사가 그것인데, 신인 선수는 정규시즌 막판 방문 경기를 마친 뒤 선배들이 지정한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채 비행기를 탑승하곤 했다.
이중 특정 인종과 성별, 국적을 상징하는 복장은 내년부터 금지될 전망이다.
ESPN은 14일(한국시간) "이제 야구선수가 원더우먼이나 치어리더로 변신하는 걸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메이저리그가 새 노사협약에 따라 약자(신인)를 괴롭히던 관습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폴 미프서드 메이저리그 부회장은 "루키 헤이징이 우리가 볼 때는 민감하지 않은 것이라도 사회적으로는 잠재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불쾌감을 줬다. 특히 디즈니 공주 복장을 한 야구선수가 많았다"며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여장하는 건 누군가가 흑인 분장을 한 뒤 '단지 우리는 장난으로 옷을 갈아입은 거라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도 여장을 피할 수 없었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는 여자 체조선수로, 마이크 트라우트(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로 분장한 채 길거리를 다녀야 했다.
과거 루키 헤이징은 후배를 괴롭히는 의미가 강했다.
박찬호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데뷔 첫해인 1996년 라커룸에 걸어 둔 양복이 모두 난도질당하는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박찬호는 불같이 화를 냈지만, 관례라는 것을 알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설적인 2루수 제프 켄트는 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뉴욕 메츠로 이적했는데, 거기에서 선배들은 그에게 포주 복장을 줬다.
켄트는 "난 이미 토론토에서 루키로 의무를 다했다"면서 옷을 집어 던졌고, 원래 복장을 돌려 달라고 요구해 받아냈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루키 헤이징은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함께 웃고 즐기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2013년 류현진(29)은 '고스트버스터즈'의 유령인 '마시멜로 맨'으로 변신해 웃음을 자아냈고, 올해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텔레토비가 됐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슈퍼 마리오의 동생 '루이지'로, 최지만(25·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은 일본의 민속경기 스모 선수 복장으로 나타났다.
여장은 금지하지만, 모든 의상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
ESPN은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히어로 복장은 괜찮다.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케첩 병, 장칼로 스탠턴(마이애미 말린스)의 수구 선수 복장 등이 그 예"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