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화폐개혁, 제조업계에 '불똥'…곳곳서 생산위축 조짐


인도 정부의 화폐개혁 이후 현금 부족으로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제조업체들이 장기 휴가를 시행하거나 조업일수를 줄이는 등 생산위축이 가시화하고 있다.

12일 일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샤오미, 오포, 지오니 등 중국 브랜드 휴대전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드는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은 화폐개혁 이후 인도공장 노동자 8천명 가운데 1천700명에게 2주간 유급휴가를 가도록 했다.

인도 제조업체들은 통상적으로 연말에 직원들에게 겨울 휴가를 가게 하지만 최근의 화폐 개혁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예년보다 휴가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은 안드라프라데시 주 내 4개 공장에서 한 달에 250만대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지만, 현재 120만대만 생산하고 있다"면서 다음 달까지 한달 200만대 수준으로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직원들의 휴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도 휴대전화 제조업체 카르본은 연말에 공장 직원 1천200∼2천명을, 인텍스는 내달 초 500∼600명을 감원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화폐개혁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화폐 개혁으로 수요 감소는 아무래도 저가폰 쪽에 먼저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면서 "연초부터 예정한 겨울 정기휴가 1주일을 제외하고는 예년 물량대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몇 자동차 제조 기업도 연말에 보름 이상 생산라인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재고 관리에 나섰다.

포드자동차 인도법인은 오는 18일부터 내달 5일까지 공장을 쉬기로 한 것으로 전했다.

혼다자동차도 화폐 개혁 이후 인도 북부 그레이터노이다 공장 등에서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연초 예상과 달리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화폐 개혁이 시행된 지난달 인도 승용차 판매는 전년 대비 1.8% 성장에 그쳐 수개월 내 가장 낮았다.

컨설팅업체 언스트 앤 영(EY)의 라케시 바트라 파트너는 "화폐개혁이 지난 몇 주간 시장을 완전히 정지시켰다"면서 "늘어난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들은 대폭 할인을 하는 것보다 연말 공장문을 닫고 생산을 줄이면서 신권 유통 상황이 좋아지는 내년까지 기다리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내 수공업 등 소규모 제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인도 서부 뭄바이 다라비 지역 5천여 가죽 공장과 4천여 의류 공장은 화폐 개혁 이후 80∼90%가 운영을 중단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이 곳에서 가죽공장을 운영하는 압둘라이스 샤이크는 "해마다 겨울철 가죽 재킷을 1천벌 정도 만들었는데 올해는 100벌만 만들었다"면서 "정부는 휴대전화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우리 직원들도 '휴대전화 무음 상태'를 고장 난 것으로 알 정도인데 모바일뱅킹을 어떻게 사용하겠나"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