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싱데이, 저임금 노동 착취" 14만 명 금지 청원…英 정부는 일축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데이(Boxing day)'에 모든 가게가 문을 닫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으나, 정부는 상점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같은 내용의 청원에 14만명 이상이 서명했으며, 영국 하원이 12일 이 청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서명자가 10만명을 넘은 청원에 대해서는 무조건 의회가 토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안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정부나 의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법을 변경하거나 청원 시행을 위한 표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을 뜻하며, 이날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상점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한다.

'소매연구센터'(Centre for Retail Research) 등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들은 작년 박싱데이 때만 37억4천만파운드(약 5조4천983억) 상당을 지출했다.

이는 재작년보다 6% 증가한 수치다.

청원은 박싱데이가 저임금 노동착취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노동당의 헬렌 존스는 "현 박싱데이 시스템은 저임금 직원들을 착취하고, 축제 기간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을 빼앗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하원 도서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소매업 종사자의 12%에 달하는 36만5천명이 2014년 박싱데이 때 근무를 섰다.

존스는 특히, 상점 직원들이 크리스마스 무렵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녀를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 온라인 포럼에는 거의 6천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이 중 대부분은 가게 문을 닫는 데 찬성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업계에 영업 중단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 정부가 사업자들에게 가게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객을 어떻게 응대할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박싱데이에 가게 문을 열지 말라고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소매산업협회(BRC) 대변인은 "대부분의 소매업자가 연휴 기간 근무를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 비번이 적절히 돌아갈 수 있도록 근무표를 유연하게 제공한다"면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