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짝달싹 못하는 밀집사육이 AI 화근?…주목받는 동물 복지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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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3년째 중부권 최대 규모 가금류 산지인 충북 음성과 진천 등을 휩쓸고 있습니다.

2014년 1월 진천군 이월면에서 발생한 AI는 80여 일간 맹위를 떨치며 닭, 오리 등 180만9천 마리를 살처분해 가금류 사육기반을 초토화했습니다.

지난해 2월에도 음성에서 AI가 발생해 58일간 70만8천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올해 역시 지난달 17일 음성에서 최초 발생한 AI로 20여일만에 살처분된 가금류가 190만 마리를 웃돌고 있습니다.

음성·진천지역에서는 "이제 살처분할 오리와 닭조차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가금류 사육 기반을 붕괴 위기에 몰아넣은 AI도 비껴간 곳이 있습니다.

동물 복지농장입니다.

충북에서 닭을 키우는 동물 복지농장은 모두 23곳이 있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맹위를 떨치며 수 많은 닭과 오리를 제물로 삼았던 AI도 동물 복지농장에는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3년간 AI에 감염된 동물 복지농장은 충북에서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2014년 AI 발생 농가와 인접한 농장 2곳의 닭이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됐을 뿐입니다.

살처분 이후 검사에서도 이들 농장에서는 AI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해안 벨트'에서 시작돼 낙동강 전선까지 위협할 정도로 AI 전파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새삼 동물 복지농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반 양계농가와 동물복지농장은 사육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축산법에 따르면 산란계를 기준으로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이 A4 용지(0.062㎡) 한 장도 되지 않는 0.05㎡입니다.

축산 당국이 양계농장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닭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좁은 케이지로 된 닭장에 갇혀 사육되고 있습니다.

날개를 펴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면 주기를 짧게 하거나 강제 털갈이 등으로 달걀 생산량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자란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케이지 내의 배설물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내성도 약해져 전염병이 유입되면 삽시간에 번지게 됩니다.

동물 복지농장의 기준은 한 마리당 0.14㎡입니다.

톱밥이 깔린 바닥에서 생활하고 닭이 올라앉을 수 있는 홰도 설치해 놓았습니다.

닭이 톱밥을 몸에 끼얹어 기생충 등을 털어내는 '모래 목욕'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습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달걀을 낳는 어두운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자연 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조건에서 기른 닭은 상대적으로 전염병 등의 내성이 강하게 됩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사육 환경이 좋은 동물 복지농장에서 기르는 닭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질병에 대한 항균력이 일반 양계장의 닭보다 높다"며 "현재까지 동물 복지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곳이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전국에서 1호 동물 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홍기훈(57)씨는 "계란 등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닭들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는 사육환경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동물의 본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축산을 하지 않으면 AI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홍씨는 "농가들이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같은 면적에서 동물 복지농장보다 최고 10배에 달하는 닭을 사육할 수 있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며 "동물 복지농장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면 케이지 면적을 늘리는 등 복지형 케이지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가금류 농가 사육 환경에 대한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축산 전문가들은 사육환경 개선과 함께 바이러스 차단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수의학과 교수는 "밀식 사육으로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그러나 AI 같은 전염병은 면역력 등과 관계없이 퍼지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농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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