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필리핀…정·부통령, 상대방 축출 음모론 공방

정당 다른 1,2인자 '마약 유혈소탕전' 등 대립…야권 일각서 두테르테 탄핵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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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필리핀 정부 1, 2인자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축출 음모론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음모론은 지난 주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에게 각료회의 참석 금지를 지시한 이후 확산하고 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이런 대통령의 조치에 반발해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장직을 사퇴, 내각에서 물러나며 "부통령 자리를 뺏으려는 음모가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마약 유혈소탕전과 사형제 부활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자신을 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여권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부통령직 사수 의지를 밝히며 국민에게 해가 되는 두테르테 정부의 모든 정책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집권당이 아닌 야당 자유당(LP) 소속으로, 지난 6월 말 새 정부 출범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자 8일 한 행사에서 "로브레도 부통령이 임기(6년)를 다할 것을 보장한다"며 부통령 축출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권이 정부 전복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반격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노란' 세력이 나를 쫓아내려고 한다"며 정적들을 향해 "당신들의 시대를 기다려라, 지금은 내가 국정을 운영하게 놔두라"고 요구했다.

노란색은 자유당을 상징하는 색깔로, 로브레도 부통령과 야당이 대통령 축출을 모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궁 공보실은 성명을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을 비롯한 모든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을 빼앗는 어떤 불법 행위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자유당은 "정부 전복을 꾀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나는 대통령을 쫓아낼 능력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을 제기해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에 불신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마약매매 연루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한 읍장이 무방비 상태에서 경찰에 살해됐다는 법무부 소속 국가수사국(NBI)의 발표와 관련, 두테르테 대통령이 해당 경찰관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고 옹호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당 소속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유무죄 여부는 대통령이 아닌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상 국민 신임에 대한 배신으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다른 야당 의원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탄핵하려면 해보라"고 맞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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